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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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장 “尹 거부권 신중해야”…정진석 “여야 합의 입법을”

禹 의장 취임 축하자리서 신경전
鄭 “여야 대립 거중조정 역할 부탁”
禹 “국회·정부 협치해야 진짜 협치”

우원식 국회의장과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우 의장이 “대통령의 헌법 권한을 침해하는 게 아니면 거부권 사용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정 실장은 “여야 합의를 통해 법안을 통과해내는 노력을 밀도 있고 성의 있게 기울여야 한다”고 맞받았다.

 

우 의장은 이날 취임 축하차 국회로 예방한 정 실장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을 접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10일 국회의장실을 예방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윤석열 대통령이 보낸 축하난을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정 실장은 우 의장에게 윤 대통령이 보낸 국회의장 취임 축하 난을 전하며 “(대통령께서) 중요시기에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안부 말씀을 주셨다”고 전했다. 우 의장은 “대통령께서 (중앙아시아 3개국 방문차) 출국하시면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니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우 의장은 자리에 앉자마자 윤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우 의장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14개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재의요구권은 대통령이 가진 권한이기 때문에 권한을 억제하자는 것은 아니고, 삼권분립을 위해선 법안들이 헌법에 위배되거나 대통령의 헌법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면 거부권 사용은 조금 더 신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게 국회, 정부와 우리나라 이미지를 위해서도 바른길이라는 말씀을 대통령에게 잘 전달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정 실장은 물러서지 않고 “대통령은 헌법 수호자로서 재의요구권을 권한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동시에 책무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계실 것”이라며 법안이 여야 합의를 통해 처리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공개 발언 막바지까지 뼈 있는 말을 주고받았다. 정 실장이 “우 의장께서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할 때 거중조정 역할을 잘 해주셔서 정치 안정을 도모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십사 부탁드린다”고 공을 넘기자 우 의장은 “진짜 협치를 위해선 국회와 정부가 협치해야 한다”며 대통령실의 역할을 촉구했다.


김병관 기자 gwan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