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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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현안 쌓였는데… 공수처 지휘부 여전히 공백

2인자 차장 공석 5개월 ‘장기화’
오동운 처장, 후보자 물색 장고
검사 퇴직 후 1년 등 제약 있어
“수사력·조직 화합 능력 등 중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수사 현안이 산적해 있는 가운데, 공수처 2인자인 차장 공석 사태가 5개월 가까이 장기화되고 있다. 공수처 차장으로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인사가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수사 능력 못지않게 처장과의 ‘합’, 조직 화합 능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뉴시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달 22일 취임한 뒤 장고를 거듭하면서 차장 후보자를 물색하고 있다. 전임 김진욱 전 처장이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여운국 전 차장을 제청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여 전 차장은 다음 날 바로 임명돼 올해 1월28일 3년 임기를 채우고 퇴임했다.

공수처장을 보좌해 공수처를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차장의 자질로는 수사력이 첫손에 꼽힌다. 오 처장도 지난달 “(임기) 3년의 큰 농사가 잘되도록 수사 역량 관점에서 훌륭한 분을 모시려 한다”는 구상을 드러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전직 공수처 관계자는 “한 15년 이상의 수사 경험이 축적된 베테랑, 지휘 경험도 있는 합리적인 지휘관이 차장에 임명돼야 한다”며 “검사 출신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를 안 해 본 사람에게 수사 지휘를 시킨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또 좌충우돌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검사 출신 인사라고 해서 다 차장 후보군에 들 수 있는 건 아니다. 공수처법은 ‘검사의 경우 퇴직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처장이 될 수 없고, 퇴직 후 1년이 지나지 않으면 차장이 될 수 없다’고 결격사유를 못 박고 있다.

공수처 부장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수사뿐 아니라 행정도 총괄하고 국회와 언론 대응도 해야 하는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에서 일이 가장 많은 사람”이라면서 “수사력도 있어야 하지만, 처장이 최종 결정권자, 책임자인 만큼 처장과 호흡을 맞추고 조직과 화합하며 자기 목소리를 좀 낮출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놨다. 차장이 목소리가 너무 강하면 처장과 부딪칠 수밖에 없고, 결국 지휘부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력 이탈이 끊이지 않은 공수처엔 조직 안정화도 중요한 과제다.


박진영·유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