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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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타이틀 무색… 결국 마지막 의사도 떠났다

순천향천안병원 마지막 소아응급의 사직
아동병원협회 “정부, 소아 응급의료 소생 위해 특단 조치 취해야”
병원 측 “문 닫을 계획 없고 새 전문의 초빙 노력 중…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에 마지막 남은 전문의 1명이 병원을 떠났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이야기다. 이 병원은 과거 국내 1호 소아전문 응급실을 출범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역 소아 응급의료 체계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10일 순천향대천안병원 마지막 소아전문의가 사직한 일을 두고 “정부가 타지역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지역의 소아 응급의료 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지역 아동들의 건강이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지난 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에 따르면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에 근무하던 전문의는 모두 7명이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병원을 하나둘 떠나기 시작했고 지난달 말에는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1명마저 사직했다.

 

협회는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과 열악한 진료 환경에 심화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탈 등으로 인해, 다른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전문의도 모두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의 아동병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연이은 사직과 채용의 어려움으로 운영이 위태롭다며, 소아 진료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아동병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아동병원은 소아·청소년 의료의 배후 진료와 진료 종결 기능을 수행해왔다”며 “종합병원에만 정부 지원이 집중된다면 아동병원에서 담당해왔던 소아·청소년 진료 기반이 소멸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꼭 필요한 곳에 ‘핀셋 지원’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아동병원은 경증 및 준중증 소아환자를 돌보며 응급실 기능의 많은 부분을 대체하고 있다"며 "아동병원의 제 역할을 지속해서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소아응급의료센터 운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관계자는 “소아응급의료센터의 문을 닫을 생각은 전혀 없고, 새 전문의 초빙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달 중 1∼2명을 모셔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병원들이 전문의 위주로 전환해야 하는 가운데 지방 의사들이 서울 지역 병원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결국 지방의 필수의료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나서줘야 하며, 병원 혼자 해결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