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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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 통합론에 다시 밀린 경기북도 논의…‘경기경제 3법’으로 우회 [밀착 취재]

북자도 해법 찾기…대구·경북 통합론에 가로막혀
정부, 비용·특례 제공…지원단까지 꾸려 일방 지원
‘수도권 분할-지방 통합’ 논리로 맞대응, 고군분투
22대 국회 ‘북자도 특별법’ 발의…분위기 반전 꾀해

민선 8기 경기도의 핵심 과제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 출범이 ‘메가 서울’ 주장에 이어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에 영향받고 있다. 김포 등 경기 일부 시·군을 서울에 편입시키자는 논의가 잦아들자마자 행정분할보다 통합이 대세라는 분위기에 힘이 실리며 북자도 추진이 또다시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모양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지역 간담회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지사(가운데). 경기도 제공

10일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인구 500만의 광역단체를 추진하는 대구·경북 통합은 2026년 7월이라는 구체적 출범 시기까지 언급됐다. 정부 논의와 특별법 제정 등에서 집중적 지원사격을 받은 셈이다. 

 

갈라선 지 43년 만에 다시 합치려는 두 지자체의 움직임에 단체장과 주민까지 의기투합하면서 지방자치 30년의 새 이정표로 불리고 있다. 1981년 대구와 경북이 분리된 뒤 지역 경제가 더 쪼그라들고 인구이탈이 심해졌다는 불만도 다시 불거졌다. 일각에선 과거 광역경제망을 추진하다가 논의를 멈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통합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달 4일에는 아예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정부 서울청사에서 머리를 맞대고 앉아 통합 추진안을 논의하는 등 속도가 붙었다.

 

정부가 통합의 직·간접 비용과 특례를 주고 범정부 지원단까지 꾸리기로 하면서, 특별법 통과의 선행 절차인 주민투표 요청마저 묵살하던 북자도 추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다. 

 

인구 1400만이 넘는 경기도를 인구 1000여만명의 남부와 300여만명의 북부로 분도해 대한민국 경제산업 생태계를 재편한다는 경기도의 계획을 두고 정부가 대놓고 귀를 닫은 셈이다.

 

발목이 잡힌 경기도는 외곽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평화누리자치도’ 명칭 논란을 수습한 김동연 지사는 최근 정치권, 국회와 접촉하며 다시 보폭을 넓혔다. 김 지사는 지난달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생방송에 출연, “북자도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기지사(오른쪽)가 이달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이달 3일 친정인 더불어민주당을 방문한 자리에선 이른바 ‘경기경제 3법’으로 불리는 △북자도법 △반도체특별법 △RE100(전력 100% 재생에너지 충당)법 등을 당 차원에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경기도는 대한민국 산업·경제의 심장”이라며 “도민이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경기북도 특별법 역시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되고 있다.

 

민주당 박정·정성호 의원은 지난달 말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했고, 국민의힘 김성원·김용태 의원은 법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도는 북자도 설치의 당위성을 지역 대학, 시민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움직임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북자도 추진이 위로부터 내려온 하향식 여론 확산이라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도는 이달 4일 대진대를 시작으로 신한·경민대 등에서 북자도 설치의 방향과 효과를 논의하는 세미나를 잇따라 열고 있다. 

 

이철우(왼쪽부터) 경북도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이 이달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구·경북 통합 간담회에 참여하고 있다. 뉴시스

반면 내부에선 파열음도 엿보인다. 도지사 비서실 개편을 전후해 실무진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건 민선 8기 경기도가 그동안 추진해온 북자도 출범, 경기국제공항 건설 등 대표 공약들이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야당 의원은 “광역 지자체의 통합·분리 논의는 권력구조, 지지계층 논의와 연계된다”며 “어느 경우든 관료들의 저항을 극복하고 관련 법령을 구축하는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