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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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휴진 선언에 ‘초강수’ 둔 정부…의·정 간 ‘강대강’ 대치 언제까지

“국민 생명보호… 최소한 법적 조치”
명령 불이행 땐 최장 1년 면허정지

의협 “선배로서 본보기” 결집 호소
교수단체 “휴진”… 의료공백 ‘비상’

1호 소아응급실… 마지막 전문의 사직
과도한 업무·민원 스트레스로 떠나
병원측 “센터 유지… 의사 초빙 노력 중”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집단휴진에 대해 강경대응하기로 하면서 의대 증원으로 빚어진 의·정 간 ‘강대강’ 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18일 휴진하는 병원은 각 지자체에 미리 신고하도록 명령했고, 휴진율이 30%를 넘어서면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 명령을 내릴 방침이라고 10일 밝혔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1년 이내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 처분까지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협이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를 선언한지 하루 만에 정부가 ‘초강수’를 둔 것은, 전공의 이탈로 의료 현장의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칫 확산할 수 있는 의료계의 집단 행동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차원으로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0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개원의 명령 불이행 시 단호 대처

 

정부가 예고한 진료유지 및 업무개시명령의 근거는 의료법 59조다.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보건의료정책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면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에게 필요한 지도와 명령을 할 수 있다. 올해 2월 전공의와 수련병원에 내렸던 업무개시 명령 등도 해당 법에 근거했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장 1년간 의사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고, 반복될 경우 면허취소 처분을 내릴 수도 있다.

 

복지부가 명령을 불이행한 개원의를 고발 조치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의료법 88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혹은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 지난해 개정 의료법으로 인해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는 휴진율이 30% 이상이 되면 이 같은 명령을 발령할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의료계 집단행동 당시 첫 집단휴진일(8월14일)에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3만3836곳 중 32.6%에 달하는 1만1025곳이 휴진했다. 그러나 휴진율은 점차 감소해 두 번째 집단휴진을 했던 같은 달 26일엔 10.8%, 27일에는 8.9%, 마지막 날인 28일엔 6.5%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휴진 사태가 심각해질 경우 의협에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제51조에는 사업자단체가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거나 각 사업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적용해 시정명령을 내리고 위반 시에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게 되고,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이나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1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간판이 보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8일 총궐기대회를 열고 집단 휴진에 나서겠다는 등 총파업을 예고했다. 뉴시스

◆개원가 휴진 30% 넘나

 

의협은 연일 집단 휴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먼저 집단행동을 시작한 전공의와 의대생의 ‘선배’로서 본을 보여야 한다며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박용언 의협 부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라고 적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정부가 또다시 위헌, 위법적인 행정명령·행정처분을 예고하고 있다”며 “우리는 의료 노예가 아니다. 당당한 모습으로 18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에서 만나자”고 밝혔다.

 

의사 커뮤니티에서도 개원가의 집단 휴진을 독려하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원에서는 18일로 예약된 진료를 다른 날로 옮기도록 안내하거나, 이미 18일 휴진 안내문을 써붙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휴진 사전 신고를 하지 말고, 내부 수리 등 병원 사정이나 의사의 개인 병가로 휴진을 하자는 제안도 있다. 이처럼 의사들이 집단 휴진에 호응하는 데는 전공의·의대생과의 연대 외에도 비급여 진료 항목 축소, 미용 의료시술 자격 확대 등 필수의료패키지에 대한 반발 영향도 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의료관계자가 어두운 복도를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실제 휴진 참여율은 아직 미지수다. 김동석 개원의협의회장은 “지금 상황에 분개하는 의사가 많아서 과거보다는 참여도가 높을 것”이라면서도 의협 투표에서 휴진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개원의가 5만2000여명에 달한 것과 관련해서는 “투표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고 실행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교수 단체들도 휴진을 준비하고 있다. 1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이번에는 전체 휴진이라서 이전의 자율적 휴진 때보다는 참여율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려대의대도 이날 회의를 열고 ‘무기한 휴진’ 등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 교수 단체들은 의협의 ‘18일 집단휴진’에 동참할 예정이다.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에게 “휴진 의사를 보류하고 진료·교육 현장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임현택 의협 회장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유죄를 선고한 판사를 공개 저격한 것을 두고 창원지법은 “재판장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사법부 독립과 재판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임 회장은 창원지법 형사3-2부(윤민 부장판사)가 환자 병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한 혐의로 기소된 60대 의사 A씨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한 판결을 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판사 얼굴이 담긴 사진을 올리며 저격했다.

 

◆순천향천안병원 소아응급 의사 ‘0명’ “지역 소아의료 위기… 정부 지원 절실”

 

국내 1호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 홀로 남아있던 전문의마저 병원을 떠났기 때문이다. 저출생과 낮은 수가(의료행위 대가), 높은 리스크 등으로 지역 소아 응급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대한아동병원협회 등에 따르면 순천향대천안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던 마지막 전문의 1명이 지난달 사직했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2010년 국내 종합병원 가운데 처음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를 열었다. 지난 14년간 센터 근무 전문의 정원은 줄곧 7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전문의들이 하나둘씩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고 빈자리는 충원되지 않았다.

 

사진=순천향대천안병원 제공

병원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소아응급의료센터의 문을 닫을 생각은 전혀 없고, 새 전문의 초빙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전문의가 충원될지는 미지수다. 병원 관계자는 “(의대 증원 여파로)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서 병원들이 전문의 위주로 전환해야 하는 가운데 지방 의사들이 서울지역 병원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에 영향을 받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소청과 전문의들이 소아응급실을 떠나는 이유는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법적 리스크 등 때문이다. 아동병원협회 관계자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과 열악한 진료 환경에다 전문의 이탈 등으로 다른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전문의마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환자 가족들이 입원실을 찾지 못하는 문제를 소아응급실 의사들의 무성의나 무관심으로 몰아붙이며 법정 싸움을 걸어오는 경우까지 있어 전문의들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심각하다는 하소연이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소청과 기피 현상은 인력난으로, 남은 의료진의 업무가중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한 소청과 전문의는 “소아응급실 개원 당시만 해도 일주일에 하루, 이틀만 근무하고 육아 등에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 여자 전문의들이 선호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도한 노동과 업무 외 스트레스로 기피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결국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국가가 필수·지역의료 분야 수가 인상 등 지원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동병원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타지역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지역의 소아 응급의료 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지역 아동들의 건강이 지켜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조희연 기자, 천안=김정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