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면 휴진’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연일 집단행동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특히 먼저 집단행동을 시작한 전공의와 의대생의 ‘선배’로서 본을 보여야 한다며 결집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다만 의료계는 응급실 등 진료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10일 의협 회원에게 보낸 서신에서 “정부가 또다시 위헌·위법적인 행정명령으로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하고 행정처분을 예고하고 있다”며 “우리가 왜 의료 노예처럼 복지부가 휴진을 신고하라고 하면 따라야 합니까?”라고 적었다.
이어 “하루 휴진을 막기 위해 15일 업무정지를 내릴 정도로 셈을 못 하는 정부의 노예화 명령이 있다면 100일 넘게 광야에 나가 있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저는 기꺼이 의료 노예에서 해방돼 자유 시민으로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정부가 총칼을 들이밀어도 제 확고한 신념은 꺾을 수 없다. 결코 비겁한 의료 노예로 굴종하며 살지 않을 것”이라며 회원들을 향해 “당당한 모습으로 18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에서 만납시다”라고 했다.
박용헌 의협 부회장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감옥은 제가 갑니다. 여러분은 쪽팔린 선배가 되지만 마십시오. 18일입니다”라며 휴진 동참을 당부했다.
의협은 전날 열린 전국의사대표자회의에서 18일 하루 전면 휴진하고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개원의에게 진료명령과 휴진신고명령을 발령하는 등 집단행동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정부가 전향적 자세 보여야”
대한의학회는 정부에 문제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대한의학회는 이날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2024 학술대회 개최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단 휴진까지 가지 않도록 그 전에 문제가 타결됐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은 휴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 저희가 원하는 것은 (단체행동이) 우리나라 의료계를 보다 더 굳건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칼자루를 쥔 정부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준다면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나라에서 정부는 아버지 같은 어른이고 의료계는 자식 중 하나”라며 “어른이 품으면서 얘기도 들어주고 다독거려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응급의학과도 휴진? “응급실 진료는 유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하면서도 18일 총궐기대회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성명서를 내고 “의협과 대한의학회 등 의료계의 대의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의과대학생, 전공의, 전임의 선생님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중증·응급 환자에 대해 진료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응급 환자와 가족들의 곁을 지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응급의료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우리의 역할을 다하겠다”며 “의협, 의학회와 긴밀히 협조하며 6월18일에 개최되는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했다.
다만 학회는 총궐기대회에 참여한다고 해서 응급실 업무를 중단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교대 근무조 중 당일 비번인 전문의들이 총궐기대회에 참석하고, 근무인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응급실에 남아 진료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