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태양을 맞으며 찾아간
태국의 로컬음식점 뿐야.
선선한 강바람에 땀을 식히며 먹은
솜땀의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태국 로컬 맛집 뿐야
1년 만에 태국을 방문했다. 세계조리사연맹(WACS)에서 주관하는 요리대회 태국 얼티메이트 셰프 챌린지(TUCC)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TUCC는 아시아에서는 상당히 권위가 있는 대회다. 이번 대회에 팀장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다녀왔다. 5시간의 고단한 비행을 마치고 도착한 태국은 작년보다는 덥지 않았다. 국제요리 대회는 여행 일정 짜는 것이 제일 어렵다. 여행 일정이 꼬여버리면 요리대회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논타부리에 숙소를 잡았다. 방콕 시내보단 조금 여유로워 보이는 거리가 눈에 담겼다. 높은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뜨거운 햇살을 가려주는 꽃이 핀 거리가 멋졌다.
숙소에 짐을 풀고 거리로 나섰다. 논타부리를 낀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골목길을 들어서니 뜨끈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뿐야는 관광지나 번화가에 위치해 있지 않다. 고즈넉한 주택들 사이에 동네 주민들만을 위한 듯 강변 근처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 약간은 아슬아슬해 보이는 나무 다리를 건너 입구로 들어섰다. 강렬한 햇빛이 반사되어 들어오는 탁 트인 뿐야의 내부는 마치 한국의 낚시터 옆 음식점 같은 느낌이다. 강바람과 함께 은은하게 느껴지는 물 내음은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나들이갔던 한강이 생각났다.
다소 시크한 느낌이 물씬 나는 주인장의 안내를 받으며 전망이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늦은 점심, 이미 식사를 끝낸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앉아 있는 모습에서 이곳을 찾는 이들의 여유가 느껴졌다. 메뉴판을 받았다. 영어 하나 없이 태국어로만 쓰인 메뉴판에서 위기를 느꼈지만 다행히 요즘 스마트폰은 메뉴판도 번역되기에 어렵사리 천천히 음식을 주문했다. 솜땀과 볶음밥, 튀긴 생선 같은 요리를 주문하고 가게를 쓱 둘러봤다.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집기들과 가구들이 저 흐르는 강물처럼 무심한 듯 초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먼저 솜땀이 나왔다. 허름한 가게와는 다르게 깨끗한 접시에 정갈하게 담긴 솜땀의 맛은 한더위에 풀이 죽어 있던 나의 입맛을 일깨워 주며 다음에 나올 음식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솜땀과 함께 나온 얼음 바스켓에 나온 맥주는 어느 곳에서 먹던 것보다 시원했다. 새콤하며 감칠맛이 가득한 솜땀에 맥주 한잔은 완벽한 페어링을 이룬다. 파파야의 그 아작거리는 식감과 건새우의 풍미, 땅콩의 고소함은 애피타이저라는 메뉴의 정석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쌀알 하나하나 식감을 잘 살려 낸 볶음밥은 이곳 주방장의 실력을 알 수가 있었는데, 소박하게 담긴 그릇에서 이곳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장 맛있는 메뉴는 농어 튀김이었다. 바삭하고 노릇하게 튀긴 농어는 특유의 흙맛을 완전히 다 잡았고 탄력 있는 살을 부드럽게 조리해 밥 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정말 안성맞춤이었다. 이 큰 농어 튀김 가격이 390밧, 한국 돈으로 1만5000원 정도밖에 안 하기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천천히 나오는 메뉴들을 즐기며 해가 지고 있는 강을 바라보았다. 마침 불어오는 강바람에 여행의 노독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또 이곳을 방문하면 다른 메뉴를 먹어보고자 다짐하며 부른 배를 잡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불현듯 생각나는 건 허름한 가게 인테리어 속 사각지대마다 있던 CCTV와 계산할 때 보이던 최신식 터치용 계산대, 그리고 옆에 놓여 있던 아이패드가 혹시 강변의 허름한 콘셉트로 꾸민 식당이 아니었을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해보았다.
◆대한민국 위상 드높인 TUCC 대회
요리 대회 전날 뜻하지 않게 찾게 된 현지 맛집에서의 힐링은 선수들에게도 도움이 되었는지 그 어느 때보다도 요리대회는 즐거웠고 성적이 좋았다. 매년 수백명의 요리사들이 참여하는 TUCC는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WACS 요리대회로 아시아에서 난도가 높은 요리대회로 소문이 자자하다. 대회장은 젊은 요리사들의 열기로 뜨겁다. 한국조리사협회중앙회 소속의 우리 팀(김동기, 안주연, 남희철, 옥건, 고수)은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의 우수한 성적을 얻으며 선전했다. 특히 다이닝주연의 안주연 셰프는 플레이팅디저트 챔피언과 더불어 2024년 TUCC 베스트페이스트리셰프로 선정되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다.
커리는 우리에게 카레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다만 향신료가 들어가 풍부한 맛을 내는 커리와는 다르게 우리가 먹는 카레는 강황의 비중이 많다. 커리는 아시아에 전반적으로 널리 퍼져 있는 요리다. 나라마다 특징이 다른데 인도는 다향한 향신료를 사용하고 태국은 매콤하며 개운한 맛을 낸다. 일본 커리는 재료의 깊은 맛을 내며 한국의 카레는 다양한 야채와 함께 건강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린 커리 만들기
재료=바질 30g, 고수 30g, 청양고추 1개, 생강 30g, 코리앤더 가루 10g, 페널 가루 10g, 큐민 가루 10g, 소금 1ts, 설탕 1Ts, 후추 1ts, 마늘 50g, 양파 100g, 치킨 스톡 500㎖, 코코넛 크림 30㎖, 버터 2Ts, 닭다리살 300g
만드는 법=① 냄비에 버터 1Ts를 두르고 다진 양파와 마늘을 넣고 볶아준다. 바질과 고수를 넣어 준 후 치킨스톡을 넣고 끓여준다. ② 청양고추와 생강을 넣고 곱게 갈아준 후 가루들을 넣어 주고 30분간 끓여준다. ③ 냄비에 버터 1Ts를 두르고 다진 닭다리살을 볶아준다. 소금간을 해주고 2번 그린 커리를 넣고 10분간 끓여준다. ④ 접시에 담아 준 후 코코넛 크림을 뿌려준다.
김동기 다이닝 주연 오너 셰프 Payche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