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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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돈’ 잠룡들의 강진 순례길…김동연 “정치판 바꾸고, 경제운영 틀 고쳐야”

손학규 前 지사, ‘강진 흙집’ 칩거하며 대선 채비
과거 잠룡들의 단골 방문지…다산 선생 유배지
김동연 “대한민국 이대론 안 된다…바꿔야”
정치판·경제·사회구조·교육시스템 모두 언급
“신(新) 경세유표 실천”…대권 행보 본격화?

차기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둔 것일까.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전남 강진을 찾아 강진원 군수와 함께 ‘다산 사색의 길’을 걸으며 정치색을 본격적으로 드러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였던 강진은 19대 대선을 앞두고 출렁이던 호남 민심을 잡기 위해 대선주자들이 구애를 반복하던 곳이다.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전 경기도지사)은 아예 흙집에 칩거하며 대선 출마 채비를 갖췄다. 당시 손 상임고문은 지지도 1위에 오르는 이변을 일으켰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강진원 강진군수가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산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는 길을 함께 걷고 있다. 뉴시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김 지사는 이날 오전 강진군 도암면 만덕산 자락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넘어가는 사색의 길을 강 군수와 함께 걸으며 교류와 협력의 기회를 확대하자고 다짐했다.

 

두 단체장은 다산 선생과 혜장선사가 함께 넘나들던 길을 따라 공통분모인 다산 선생의 애민·청렴·교육에 관해 대화를 이어갔다. 김 지사는 “강진군이 다산 선생의 가르침을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걸 잘 안다”며 “경기도 역시 강진군의 의지와 방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호남 방문은 지난달 광주광역시 5·18민주묘지를 경기도 공공기관장들과 단체 참배한 지 한 달여 만이다. 이보다 앞서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2020년 10월, 대선에 출마한 2021년 11월에도 강진 다산초당과 사의재를 찾은 바 있다.

 

이번에는 청년창업인·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호남을 찾았다. 도와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은 9일부터 11일까지 강진군 일원에서 ‘2024 신(新) 경세유표, 기회의 경기 강진순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년창업인, 문화예술인 등 50여명이 다산 선생이 유배됐던 역사의 현장에서 특강, 포럼, 체험, 공연 등 실학 관련 콘텐츠를 경험하는 행사다.

 

다산의 저서들은 역대 대선에서 대권 주자들이 앞다퉈 인용하던 일종의 ‘정치 바이블’이다. 

 

김 지사 역시 이번 방문에서 “다산 선생님께서 ‘경세유표’ 서문에 지금의 조선, 새롭게 개혁해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쓰셨다”며 “정치를 하면서, 도정을 맡으면서 (경세유포의 속편 격인) 신 경세유표를 한번 써봐야겠다. 그걸 실천에 옮겨보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되겠다, 다산의 지혜와 개혁의 정신을 살려서 대한민국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판을 바꿔야겠고, 경제운영의 틀을 고쳐야겠고, 교육시스템과 분열된 사회구조를 바꿔야겠다. 그런 점에서 다산초당에서 다시 한 번 다짐을 해 보며 공직자로서 다짐을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지사는 2022년 6월 도지사 당선 후 첫날 일정으로 남양주 다산 유적지를 방문한 데 이어 다음 달 발간된 인수위원회 백서에 ‘신 경세유포의 첫 장’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