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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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환수 불투명"…국고새는 비대면 바우처 사업, 왜?

창업진흥원(창진원)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사후관리 부적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감사에 적발된 가운데, 현재까지 수요기업 휴폐업으로 인한 환수 업무가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중기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진원은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사후관리를 부적정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5만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비대면 바우처 사업은 2020년 코로나19시기 비대면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됐다. 중소·벤처기업에 화상회의, 재택근무, 네트워크·보안솔루션 등 바우처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비대면 서비스 이용료가 공급기업에 전액 선납되기 때문에 수요기업이 휴·폐업 시, 공급기업은 잔여 계약기간의 서비스 이용료에 해당하는 국고 보조금을 창진원에 반환해야 한다.

 

반환 금액 산정은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의 계약에 따른 서비스 이용기간을 기준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는데, 문제는 창진원이 기존 사업관리지침과 달리 서비스 이용기간이 아닌 '바우처 이용기간'으로 범위를 바꿔 환수 대상을 확정했다는 것이다.

 

서비스 이용기간은 1개월부터 20년까지 다양한데 바우처 사용기간은 2020년에 8개월, 2021년에 3개월로 한정돼 있기에 이 기간 동안 휴폐업한 수요기업의 수, 즉 환수 대상은 대폭 줄어든다.

 

창진원은 수요기업 휴폐업 당시 서비스 이용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바우처 이용기간을 넘긴 363건의 결제 건을 환수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에 따라 환수 금액도 줄어들었다.

 

중기부는 이같은 환수 대상 축소가 총괄기관인 중기부의 보고·승인을 거쳐야 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별도 절차없이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창진원의 환수 범위 임의 축소로 인해 6억2000만원의 국고손실이 발생했다.

 

중기부는 창진원에 경위 조사 및 조치를 지시했으나, 창진원 감사실은 관리치침 위반 여부에 대해 최종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중기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

창업진흥원 전경. 뉴시스

환수 업무가 지연되는 사이 환수대상 공급기업 16개사가 폐업하는 바람에 3억1000만원을 환수하지 못하는 추가손실까지 발생했다.

 

중기부는 향후 창진원의 환수 업무 재개에 공급기업이 불복할 가능성이 증가되는 등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판단했고, 이에 따라 앞으로 환수해야 할 금액 약 100억원의 실제 환수 가능 여부가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밝혔다.

 

김용문 전 창진원장은 "사업운영위원회 결정 및 법률검토 내용으로 환수 면제 통보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받았기 때문에 국고 손실 판단은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기부는 이번 감사 결과가 창진원장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며 종합감사가 끝난 뒤 지난 1월에 창진원에 이사회 소집 등의 해임 절차를 개시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담당자는 "2월에 이사회가 소집됐고 해임요구안이 부결됐으나, 이번 환수 축소건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창진원 업무의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부분에 책임을 통감해 김 전 창진원장이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 사업의 사후관리 부적정 외에 22개의 감사 지적사항이 창진원에 통보됐다.

지난해 피싱 범죄를 당해 사업비 일부를 사칭 계좌로 송금한 창진원 담당자는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창진원 'K-스타트업 센터 프로그램(KSC프로그램)' 사업비 지출 발의 담당 주임은 지난해 6월 사칭AC의 메일을 인지하지 못한 채 송금 절차를 진행했다.

 

보고서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AC가 런던 소재 은행으로 갑자기 지급계좌를 변경 요청한 것에 담당자가 의문을 가지지 않은 채 싱가포르AC에게 지급돼야 할 KSC프로그램 1차 사업비를 사칭 계좌에 송금한 점을 문제 삼았다. 피싱 사기로 인해 창진원이 피해를 본 금액은 1억7500만원이다.

 

KSC프로그램은 창진원이 해외 현지 네트워크, 사무공간 제공 등을 통해 글로벌 스케일업을 지원하고, 해외 현지 액셀러레이터를 협력기관으로 선정해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