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학교폭력 피해자 사건 재판에 여러 차례 불출석해 패소하게 한 권경애 변호사(59·사법연수원 33기)와 소속 법무법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5단독 노한동 판사는 11일 오전 피해자 유족 이기철씨가 권 변호사와 그가 소속됐던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선고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노 판사는 “권 변호사와 법무법인은 공동으로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씨는 재판을 마친 뒤 “기가 막혀서 (판결을) 제대로 듣기는 했는지 혼미할 정도다. 5000만원이면 강제조정 때 나왔던 금액”이라며 “실낱같은 기대가 있었나보다. 너무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권 변호사가 사과를 했는지에 대해 “저한테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를 안 했다”며 “제가 사람의 도리를 해달라 얘기했는데 듣지 않고 숨어 있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권 변호사가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서 정직 1년 처분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들(변협)한테도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번 달로 권경애 변호사는 1년의 징계가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그 사람이 이 땅에서 변호사로서 뭘 할 수 있겠냐고 하지만 변호사 이름을 달 수 있다는 것만으로 얼마든지 특혜를 얻을 수 있는 나라다”며 “도대체 피해자들이,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 땅에서 자유와 회복을 해나가면서 살 수 있는지 알려달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항소의 뜻도 전했다. 이씨는 “항소 담당 판사가 어떤 태도로 이 재판에 임하는지 볼 거다”며 “그 과정이 제가 힘들고 쓰러질 수도 있지만 쓰러지지 않게 독하게 혀 깨물고 입술 악물고 그렇게 갈 거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고(故) 박주원 양은 강남의 한 여자고등학교로 전학 온 지 약 2달 만에 극단 선택을 했다. 중학교 시절 동급생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것이 소문나면서 은근한 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변호사는 이씨가 학교폭력 가해자와 교육청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에서 원고(유족) 측 소송대리인을 맡았으나 3회 연속 재판에 잇따라 불출석해 패소했다.
학교폭력 사건을 심리한 1심은 학폭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1명에게 책임이 있다며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으나, 권 변호사의 연이은 불출석으로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혔고 패소가 확정됐다. 민사소송법상 대리인 등 소송 당사자가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해도 변론하지 않을 경우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