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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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인천공항 20분에 주파… UAM 시대 열 ‘헬기 택시’ 떴다

모비에이션 ‘본에어’ 서비스 첫발

앱 통해 예약… 1인당 편도 요금 44만원
여의도~인천 등 노선 확대 예정… 기상 악화 등 운항 변수

“두두두두∼.”

10일 오전 한강변 서울 송파구 잠실헬기장에 프로펠러가 힘차게 돌아가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헤드폰처럼 생긴 귀마개를 착용하고 탑승하자 헬기는 예상보다 흔들림 없이 가볍게 날아올랐다. 헬기는 잠실 종합운동장과 건물로 빽빽한 강남 도심을 거쳐 만남의 광장 상공을 선회한 뒤 다시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걸린 시간은 왕복 약 9분. 차량으로 이동했다면 약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거리였다.

10일 서울 송파구 한강변 잠실헬기장에서 도심항공교통 플랫폼 본에어의 헬기가 이륙하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예약해 이용할 수 있는 헬기 교통 서비스가 한국에서 첫발을 뗐다. 이를 통해 향후 본격적으로 열릴 도심항공교통(UAM) 시대의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심항공 플랫폼 스타트업 모비에이션은 도심항공교통 플랫폼 본에어 서비스를 11일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신민 모비에이션 대표는 “본에어는 국내 일부 대기업에서만 이용해오던 헬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며 “국내 최초 플랫폼 기반 항공운송서비스로, 한국형 도심항공 서비스 시장을 열고 산업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중교통 개념의 헬기 운항은 해외에서 활발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기업체에서 전세 헬기를 사용하거나 관광 목적으로 서울 일부 구간에서 헬기를 운항한 정도다. 헬기 운송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향후 전동수직이착륙기(eVTOL)를 이용한 UAM 서비스 도입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교통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난관도 있다. 날씨 등 변수로 인해 갑자기 운항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원래 오전 10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이날 행사도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출국으로 운항이 통제되며 약 한 시간 지연됐다.

신 대표는 “기상 상황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비행이 불가능해졌을 시, 미리 마련된 고급 리무진 등을 투입해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며 “서비스 운영을 해가면서 다양한 부분에서 효율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본에어는 우선 잠실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노선이 운영되고, 향후 잠실∼양재, 여의도∼인천공항 등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잠실∼인천공항은 하늘길로 이동하면 약 18분 거리다. 시속 180∼230㎞의 속도로 이동해 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다. 1인당 편도 요금은 44만원이다.

 

이날 탑승한 첫 승객은 신원을 밝히기 원하지 않은 VIP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약은 본에어 앱을 통해 할 수 있다. 최소 2주 전에 예약해야 하며 중형기 기준 8∼10명의 승객이 모여야 예약이 확정된다.

예약은 간단하지만 항공 노선을 이용하는 것이라 탑승 시 항공보안법에 따른 절차를 걸쳐야 한다. 시승 행사에서도 신분증을 확인하고 탑승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단말기에 읽힌 뒤 얼굴을 인식하는 체크인을 진행했다.

기체는 미국 시코르스키가 제작한 S-76C++ 헬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영국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내 주요 그룹사 회장 등이 이용한 기종이다.


글·사진=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