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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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북전단 대응'에 수위 조절…"대남 심리전 목적 달성"

김여정 비난 담화도 노동신문엔 안 실려…2020년때와는 달라

북한이 대북 전단에 반발하며 오물풍선을 살포하며 한반도 정세를 긴장 국면으로 몰아갔지만 이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의외로 격하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은 지난 9일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된 직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새로운 대응'을 거론하며 위협하긴 했지만, 특유의 거친 표현을 동원하지 않는 등 상당히 정제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경기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바라본 한국 측 초소에서 군인들이 대북 확성기 관련 군사 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군도 10일 이후엔 대북 확성기를 가동하지 않으면서 확산 일로이던 갈등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북한의 대북 전단에 대한 태도는 4년 전과는 꽤 다르다.

김여정 부부장은 2020년 6월 당시엔 남측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광대 놀음"이라고 비판하며 남북연락사무소 폐쇄, 9·19군사합의 파기 등을 거론하며 "최악의 국면"을 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었다.

그의 협박은 결국 개성 연락사무소 건물 폭파라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위협 강도가 상당히 낮다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4년 전 대북 전단 때 강도 높은 표현으로 충격을 주며 긴장을 고조했던 때와는 딴판"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또 4년 전엔 북한이 김여정 담화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게재하며 대북 전단에 대한 적개심과 규탄 여론을 조성했지만 이번엔 지난달 29일과 지난 9일 두 차례의 김여정 담화 모두 대내매체에선 보도되지 않았다.

북한이 이처럼 더는 갈등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번 오물 풍선 살포가 대남 심리전의 목적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오물 풍선에 따른 불편과 불안이 겹치면서 한국 사회 일각에선 그 빌미를 제공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통일부도 대북전단 살포 단체와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어느 정도 오물풍선 살포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북을 앞두고 긴장이 너무 고조되지 않도록 정세를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이런 평가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위원은 "푸틴이 한두 달 안에 방북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벌어진다면 북러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봤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