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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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차량 잇단 추돌 사고…면허증 자진 반납 2%대 그쳐

최근 전북 전주지역에서 한낮에 70대 이상 고령자들이 운전한 차량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자체들은 고령자들의 사고 예방을 위해 면허증 자진 반납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이동권을 충분히 보장할 만한 대안이 없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오후 2시48분쯤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완산동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앞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와 트럭을 잇달아 들이받은 뒤 뒤집혔다. 전북소방본부 제공

11일 전북소방본부와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48분쯤 전주시 완산구 서완산동 한 도로에서 주행 중이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앞서 신호대기 중이던 택시와 트럭을 잇달아 들이받았다.

 

SUV는 1차로 택시를 추돌한 뒤 튕겨 나가 도로변 전신주를 들이받고 뒤집혔다. 택시는 사고 충격으로 앞선 트럭을 추돌했다.

 

이 사고로 SUV를 몰던 80대 운전자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고, 앞선 차량 두 대 탑승자 5명도 타박상 등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경찰은 SUV 운전 부주의로 사고가 난 게 아닌가 보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오후 2시38분쯤에도 전주시 덕진동 기린대로에서 70대가 운전하던 승용차가 신호대기 중이던 다른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이 충격으로 앞서 정차 중이던 승용차 앞 레미콘 트럭과 승용차 등이 연쇄 추돌했다.

 

이 사고로 신호대기 차량 운전자(50대)가 크게 다쳐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으며 추돌 차량 동승자 2명(60대) 등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추돌 차량이 전방주시를 태만히 했거나 과속으로 들이받은 것으로 보고 운전자 등을 상대로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사고 예방을 위한 고령 운전자 면허증 자진 반납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면허반납에 따른 지자체 지원금(20만원)에 한계가 있는 데다 대체 교통수단 지원이 많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관내 고령자 운전면허 소지자는 최근 5년 새 매년 1만명 이상 늘고, 연간 사고 또한 1200∼1400건 발생해 60명 안팎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은 2019년 942명, 2020년 3405명, 2021년 3363명, 2022년 3652명, 지난해 4426명으로 전체 운전면허 소지자 대비 최고 2.3%에 그쳤다.

 

전북 14개 시·군은 고령 운전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자진해 면허를 반납하면 교통카드나 지역상품권으로 최대 20만원의 혜택을 제공하는 ‘면허 자진반납제도’를 2019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관계자는 “자가용을 대체할만한 이동 수단이나 지원책을 충분히 마련한 뒤 면허 반납을 유도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며 “고령이나 고위험 운전자들은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위해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