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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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수 없는 與, 당내 의견 ‘각양각색’ [巨野 '반쪽 원구성']

“삭발하자” “의원직 사퇴” 강경론부터
“상임위 참여 野와 싸워야” 신중론까지
우원식 의장 사퇴촉구 결의안 제출도

국민의힘은 11일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의원총회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의사일정을 강행하는 데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민주당에 강경 대응하기로 총의는 모았지만, 방법론에 있어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지금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해서 이재명 대표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국회 운영을 하려는 것이라는 데 인식을 공유했다”며 “우리가 굉장히 결연하게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배준영 원내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이 6월 임시국회에서 대정부질문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추진하는 데 대해 “국회의장의 폭거와 위헌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결과물로, 국민의힘은 이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 108명 전원의 이름으로 우원식 국회의장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원내 전략을 두고 당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에선 “삭발하자”, “의원직 사퇴서를 내자”는 강경론부터 “상임위에 참여해야 한다”는 신중론까지 제시됐다고 한다.

대통령실 출신 한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대한민국에는 이제 민주당이 주도하는 국회와 국민의힘의 국회, 두 개의 국회가 있다. 민주당에 끌려갈 필요 없이 우리는 특위로 해나가면 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호남 출신 인요한 의원은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국회를 버리고 ‘이재명 일병 구하기’를 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민주당이 다칠 것”이라며 “타협할 게 뭐가 있느냐. 18개 상임위원장 다 가져가서 잘 해보시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상임위 역할을 대신할 당내 특위를 통해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대통령 중심제에서 의회 권력은 의미가 없다. 야당은 협치라는 전제에서 힘이 있는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특위에서 법안 통과 없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며 성과를 내면 된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집권 여당이라는 상황과 민주당이 전체 상임위를 독식한 3∼4년 전을 생각해 봤을 때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이라도 맡아야 한다”, “상임위에서 야당과 싸워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고 한다.

한 TK(대구·경북) 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에서 지고 지난 두 달 동안 의원들은 의총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황당한 소리나 해대고 정부·여당이 한 게 아무것도 없지 않으냐”며 “국민들은 ‘너희가 뭔데 국회에 안 들어가느냐’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임위를 빨리 배정해서 토론이라도 하고 (민주당 주도 법안이) 단독 통과되지 않게 길목은 지키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수도권 의원도 “해결해야 할 민생 문제들이 많은데 여당이 언제까지 계속 보이콧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특위에 대해서도 “개별 이슈 차원이 아닌 상임위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각양각색의 의견이 분출하자 국민의힘은 당분간 매일 의총을 열고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병관·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