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진도 4.8의 지진이 발생한 전북 부안 등 호남지역은 평소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곳이다. 한반도에서의 지진은 주로 영남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한 데다 부안에서는 지진 가능성을 예측하게 하는 활성단층이 보고된 적도 없다. 뜻밖의 지진에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는 없다”며 지질조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기상청은 이날 지진이 발생한 부안을 중심으로 반경 80㎞ 이내에서 규모 4.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것은 1978년 지진 계기관측 이래 처음이라고 밝혔다. 평소 지진이 거의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 유례없는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지진은 일본과 가까운 영남지역에서 주로 발생했다.
더구나 부안 일대는 활성단층이 보고되지 않은 곳이다. 단층은 판의 경계부를 가리키는데, 움직임이 잦은 단층을 활성단층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2016년 9월 발생한 규모 5.8의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현재 영남권을 대상으로 한 1단계 조사만 끝난 상황이다. 1단계 조사에서는 활성단층 14곳이 확인됐다.
학계에서는 부안 지진의 원인으로 수십개의 미세한 단층이 수년간 쌓인 에너지를 폭발시켜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축적된 에너지가 지반이 약한 지역에서 한꺼번에 폭발할 경우 강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지진은 내륙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특이점이다. 그간 호남지역에선 이보다 강한 지진이 3차례 있었지만 모두 해역에서 발생했다. 이날 발생한 지진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규모로는 7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관측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으로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란 점이 확인됐다고 경고했다. 신동훈 전남대 교수(지구환경과학)는 “역사적으로 한반도 지진이 영남권에서만 발생했던 건 아니다”며 “한반도 어디에서든지 이번과 같은 지진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의 최대치가 규모 6.5∼7.0일 것으로 본다. 규모 7.0의 지진은 2016년 9월 경주 지진(진도 5.8)보다 위력이 63배 강하다. 신 교수는 “규모 6.5∼7.0의 강진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질조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 지진의 여진도 길게는 한 달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통상 여진의 규모를 예측하는 ‘배스의 법칙’은 여진의 규모가 본진보다 1.2 작을 것으로 본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부안 지진의 여진은 최대 3.6에 달할 수 있다. 박순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장은 “지진마다 다르지만 그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지진을 볼 때 여진은 수개월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3시 기준 총 16건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후 1시55분쯤엔 규모 3.1의 여진이 일어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