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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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국 흔든 부안 4.8 지진, 강하고 잦아지니 철저 대비를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km 부근 지역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한 12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수도권기상청에서 지진담당관이 상황을 분석하고 있다. 이날 발생한 지진은 역대 한반도 지역 지진 중 7번째 해역지진을 포함한 전체 지진 중 16번째로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4.06.12. jtk@newsis.com

어제 오전 8시26분 전북 부안군 남남서쪽 4㎞ 지점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했다. 유리창이 깨지고 벽에 금이 가는 등 일부 건물이 훼손됐고, 수업을 준비하던 학생들은 강한 진동에 놀라 운동장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호남은 물론 수도권과 강원, 영남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정도여서 국민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규모 3.1의 여진도 이어졌지만,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없다니 다행이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이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빈도도 잦아지고 있어 우려스럽다. 이번 지진은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다. 역대 한반도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 7번째, 해역 지진을 포함한 전체 지진 중 16번째로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규모 4.5 이상 지진이 발생한 것은 지난해 5월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해역에서 4.5 지진이 발생한 이후 1년여 만이다. 학계에선 한반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진 최대 규모를 ‘6.5∼7.0’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대만에서 규모 7.2의 대지진이 발생해 큰 피해를 낸 만큼 우리도 경각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이번 지진이 주목받는 건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호남 내륙에서 발생해서다. 그동안 규모 4.0 이상의 강진은 주로 경북 지역 등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호남 지역에서 4.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남 인근 해역에선 이보다 강한 지진이 3차례 있긴 했다. 지진이 없던 내륙에서 갑자기 강진이 발생했으니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지진 데이터 연구와 해당 지층 조사가 면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지진 연구의 기반인 한반도 단층 조사가 이제 첫발을 뗀 상황이라는 점이다. 2016년 9월 규모 5.8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한반도 단층구조선의 조사 및 평가기술 개발’ 사업이 시작돼 현재 1단계(영남권) 조사가 끝나고 2단계(수도권·충청권) 조사가 진행 중이다. 3단계(호남권)와 4단계(강원권) 조사는 2036년에야 끝난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속도를 더 냈으면 한다.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지진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하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설물 안전과 국가 기반 서비스를 철저히 점검하고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