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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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과 하냥이가 반겨주는 그 곳…‘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가봤습니다

카카오 캐릭터 라이언(왼쪽)과 한양대학교 마스코트 하냥이.

지난 11일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방문했다. 경기도 안산시 한양대 에리카(ERICA) 캠퍼스 내 위치한 카카오의 첫 자체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가 대학교 안에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캠퍼스에 들어서자 멀리서부터 익숙한 캐릭터들이 반겨주었다. 하얀 오리 ‘튜브’가 꽃에 물을 주고 ‘라이언’과 반려묘 ‘춘식이’는 한 가족과 셀카를 찍고 있었다. 데이터센터 운영동 앞에서는 라이언과 한양대 마스코트 ‘하냥이’가 환영 인사를 하듯 서있었다.

카카오 캐릭터 튜브(왼쪽)가 화분에 물을 주고 라이언과 춘식이는 한 가족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카카오가 지역주민과 한양대 학생들을 위해 제공하는 데이터센터 안산 운영동 1층.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은 운영동과 전산동이 따로 건축한 점도 특징이다. 카카오는 운영동 1~2층을 지역주민과 한양대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전산동과 분리했다. 동시에 전산동의 안정성도 도모했다. 운영동 3~6층은 데이터센터 관리자들이 상주하는 공간이다. 1층은 각종 카카오 캐릭터를 배치한 휴식 공간이고 2층은 학생들을 위한 산학협력 공간이다.

 

이날 카카오는 ‘24시간 무중단’과 자체 개발한 ‘화재대응시스템’을 크게 강조했다. 2년 전 발생한 화재사고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서다. 데이터센터 안산은 안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도 지역사회와의 상생까지 고려한 첫 자체 데이터센터라고 카카오는 전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운영동 전경.

◆24시간 무중단 운영 위해…전 시스템 이중화

 

2022년 10월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인해 카카오톡을 비롯한 주요 서비스들이 127시간의 장시간 장애를 겪었다. 카카오에게는 회사 내에서 ‘10·15 사태’라고 부를 정도로 아픈 기억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트라우마와 같은 뼈아픈 경험”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 시련은 경험이 됐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이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더욱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이사. 카카오

운영동 5층 종합상황실에서는 센터 전체 기반 시설을 모니터링하고 근무자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로 데이터센터를 지키고 있었다. 실시간으로 수천 개의 포인트에서 초당 수십만 개의 데이터를 수집한다.

 

전산동 3층부터 6층까지 각 층마다 2개씩 총 8개로 이뤄진 서버실은 항온·항습기로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한다. 연기 감지기 등 화재 진압 시스템을 갖췄다. 대규모 서버를 차질 없이 운영할 수 있는 무정전 전력망도 마련했다. 전력회사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 전력망부터 서버에 전기를 최종적으로 공급하기까지의 모든 과정과 통신회사에서 서버까지 통신을 제공하는 과정, 냉동기부터 서버실까지의 냉수 공급망 등 운영설비를 이중화했다.

 

전력 공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주 전력의 100% 용량에 해당하는 전력을 즉시 공급받을 수 있는 예비 전력망도 있다. 두 곳의 변전소 모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비상 발전기를 통해 전력 중단 없이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3층 서버실. 카카오

고우찬 카카오 인프라기술 성과리더는 “데이터센터는 문제가 생겼을 때만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게 된다”며 “앞으로 사용자들이 데이터센터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안정적인 센터 운영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체 개발한 화재대응시스템 특허 출원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의 UPS실과 배터리실의 화재대응시스템을 강조했다. 2년 전 카카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전기실내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꽃(스파크)이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는 화재 진압이 어려운 리튬 이온 배터리 화재에 대비해 화재대응시스템을 자체 개발 및 적용했고 해당 시스템을 특허 출원했다.

 

카카오는 화재 조기 진화를 위한 대응 시스템 마련에 중점을 뒀다. UPS실과 배터리실을 방화 격벽으로 분리 시공하고 모든 전기 패널에 온도 감지 센서를 설치했다. 센서가 이상 온도 상승을 감지하면 즉각 대응하게 설계했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2층 배터리실. 카카오

카카오가 개발한 화재대응시스템은 총 4단계다. 배터리에서 화재 발생 시 내부 감시 시스템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화재의 영향이 있는 배터리의 전원을 차단하고, 방염천 등으로 화재 전이를 막는다. 이 후 단계적으로 소화 약제를 분사해 초기 진화를 시도하고, 방수천을 올려 냉각수를 지속적으로 분사해 발화 원천을 차단한다. 이 과정에서도 불이 꺼지지 않으면 소방서와 연계해 데이터센터 맞춤형 화재 진압을 하게 된다.

 

오보영 카카오 데이터센터 리더는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의 독자적인 화재대응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배터리 캐비넷에서 모듈 단위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다른 배터리로 불이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라며 “화재가 발생된다 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고 서비스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진 대응을 위해 특등급의 내진 설계도 적용했다. 국내 원자력발전소의 내진설계 기준에 준하는 수준이다. 리히터 규모 6.5 이상의 강진을 견딜 수 있다. 이 밖에도 안산시 지역 최대 풍속을 감안해 28㎧의 강풍도 견딜 수 있도록 대비했다.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지상 1층 바닥을 주변 지표면보다 약 1.8m 높게 설계했다. 서버와 배터리, UPS 등 주요 설비도 지상층에 배치해 침수 가능성에 대비했다. 데이터센터는 평균 해발 고도 10m 지역에 지어졌고 시화방조제로부터 직선거리로 18㎞ 이상 떨어져 있어 해일 발생 시에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 전산동 1층 발전기실. 카카오

카카오는 카카오데이터센터 안산에 이어 신규 데이터센터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미래 기술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데이터센터를 특화 설계할 계획이다.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안산과 마찬가지로 24시간 무중단 운영을 위한 전력, 통신, 냉방 등의 다중화 시스템을 적용하고 맞춤형 자연 재해 대응 시스템 등도 반영한다.


글·사진=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