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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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 中 영토로 인정 못해”… 美의회 관련법 통과

美의회 ‘티베트 中영토 불인정’ 법안 가결
中 당국의 티베트 역사·제도 관련 허위 정보 대응에 자금 지원 명시

미 의회에서 티베트가 중국 영토라는 주장을 부정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달라이 라마의 미국 방문도 예정돼 있어 중국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연말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풀이도 나온다.

 

달라이 라마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에 따르면 전날 미 하원은 ‘티베트-중국 분쟁법’을 391표 대 26표라는 압도적 차이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제프 머클리 상원의원(민주·오리건)이 발의해 지난달 상원을 통과한 상태였다. 이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서명만을 앞두게 됐다.

 

이 법안 내용의 핵심은 티베트가 예로부터 중국 영토였다는 중국 당국 주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티베트 사람·역사·제도에 대한 중국 당국의 허위·왜곡 주장과 정보에 대응하는 데 자금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현재 중국 명칭 시짱(西藏)자치구 이외에 간쑤(甘肅)·칭하이(靑海)·쓰촨(四川)·윈난(雲南)성 등도 티베트 지역이라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 국무부는 티베트를 중국 일부로 간주하고 있으나, 이번 법안을 통과시킨 미 의원들은 중국 공산당의 티베트 점령이 국제법에 부합한다는 견해를 취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SCMP는 전했다. 이 의원들은 중국 정부가 티베트인들이 종교·문화·언어·역사·삶의 방식·환경을 보존할 수 있는 능력을 조직적으로 억압하고 있다면서 티베트인들이야말로 자결권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중국은 건국 이듬해인 1950년 인민해방군을 대거 투입해 티베트를 강제 합병했다. 1959년 티베트 곳곳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봉기가 분출했고, 진압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달라이 라마는 이 시기에 인도로 망명했다.

 

중국은 1965년 티베트 지역을 축소해 31개 성·시·자치구 중의 하나인 시짱 자치구로 편입했다. 중국은 이런 과정을 ‘평화적 해방’이라고 부르지만, 서방 국가들은 무력에 의한 강제 합병이라고 보고 중국 정부를 비난해오고 있다.

 

마이클 맥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공화·텍사스)은 “초당적인 이 법안 의미는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현상 유지를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서명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은 이 같은 미 의회의 움직임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아 왔다. 특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무릎 치료를 이유로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티베트-중국 분쟁 법안을 통과시켜 미·중 갈등도 불가피해 보인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의 배경에는 연말 대선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득표에 호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미 의회와 행정부 고위직들이 달라이 라마를 앞다퉈 만나려 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달라이 라마와 바이든 대통령과 회동 가능성도 작지 않아 중국이 거친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 불교의 수장이자 실질적인 국가원수에게 세습되는 이름이다. 현직에 있는 달라이 라마 14세는 1935년 티베트에서 태어나 1959년 독립을 위한 봉기를 주도했다가 실패한 뒤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끌어왔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