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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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기 대량 보복부터 ‘맞춤형 억제’까지 80년 핵전략史

미국의 핵전략/ 이만석·함형필/ 플래닛미디어/ 2만3000원​

 

현재 전 세계에는 총 9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인정한 핵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과 NPT에 가입하지 않은 사실상의 핵보유국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NPT에 가입했지만 중도에 탈퇴를 선언하고 불법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이다. 핵무기는 군사적 무기일 뿐 아니라 전략적·정치적 의미를 가진 무기다.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무기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많은 고민을 하고 자국의 핵전략을 발전시켜 온 이유다.

이만석·함형필/ 플래닛미디어/ 2만3000원

책은 핵보유국 중에서도 미국의 핵전략에 초점을 맞춘다. 미국의 핵전략이 발전해온 역사적 맥락과 치열한 논쟁의 내막을 아는 것은 특히 우리에게 중요하다. 핵무장한 북한을 마주하고 있고 북한의 핵공격 억제를 위해 미국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미국의 핵전략 발전 과정을 크게 핵무기 탄생기(1940년∼1950년대), 군비 경쟁기(1950년대 말∼1960년대), 군비 통제기(1970년∼1980년대), 위협 감축기(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맞춤형 억제기(2000년∼현재) 다섯 단계로 구분하고 194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핵전략의 변화 과정을 모두 8장에 걸쳐 소개한다.

먼저 ‘맨해튼 프로젝트’로 상징되는 핵무기의 초기 개발 과정을 통해 전쟁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한 계기를 살펴보고,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어떻게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이어 냉전의 시작과 함께 발전한 초기 핵전략을 살펴본다. 예상보다 빨랐던 소련의 핵 개발이 트루먼 대통령의 수소폭탄 개발 결정에 어떻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짚는다. 또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대량보복 전략 사례를 통해 냉전 초기의 국제 정세가 기술적·경제적 조건과 맞물려 어떻게 핵전략을 변화시켰는지 이야기한다.

케네디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대량보복 전략의 수정과 유연반응 전략 채택 과정을 통해 핵전략의 신뢰성 문제를 두고 벌어진 미국 내 격렬한 논쟁을 다룬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외부 위협 변화와 맞물려 전략적 사고에 미친 영향도 조명한다. 특히 전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대표되는 핵 3축 체계와 상호확증 파괴의 등장에 주목한다. 이밖에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미국과 소련의 상호 공멸 위기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고 핵군비통제 필요성이 대두되는 과정, 소련 몰락과 탈냉전기에 미국이 추구한 억제와 안정 전략, 21세기의 다양한 위협에 대응한 ‘맞춤형 억제전략’ 등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아울러 치열하게 진행 중인 미국의 주요 핵전략 쟁점을 고찰하고, 다자간 패권경쟁 등 전략 환경 변화와 관련한 미국의 전략적 고민을 살핀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