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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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매도 금지 연장, 제도보완 서두르고 재개 시기 앞당겨야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매도제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6.13. kmx1105@newsis.com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주식 공매도금지가 다시 연장됐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어제 당정협의회에서 내년 3월까지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그때까지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기로 했다. 이로써 금지조치가 최소 1년 4개월 이상 이어지게 됐다. 이달 말 예정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선진국지수편입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주가가 폭락하는 시기엔 모든 나라가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지만 그런 위기상황이 아닌데도 재개 시기를 내년 3월 31일로 약속시한보다 9개월 더 늦추겠다니 의아하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나중에 주가가 내리면 싸게 되사서 갚아 이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주가에 낀 과도한 거품을 막고 작전세력의 시세조종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고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부합한다. 세계 주요 증시는 모두 공매도를 허용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는 튀르키예뿐이다. 이 때문에 해외투자자와 외신들 사이에서는 “바보 같은 짓”,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작년 11월 시행 때 4월 총선 표심을 노린 포퓰리즘 논란까지 불거졌다. 이런데도 퇴행적 조치를 더 연장하겠다니 납득하기 어렵다. 금융당국은 빌린 주식이 없는 무차입 공매도를 미리 막는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핑계에 불과하다. 지난 6개월 동안 허송세월한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일반투자자의 원성을 샀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니 다행이다. 외국인·기관과 개미 간 차별이 컸던 주식 강제 처분기준이 같아졌다. 대차거래 때 빌린 주식을 갚는 기한이 최대 12개월 이내로 제한되고 담보비율은 현금 105%, 주식 135% 이상으로 일원화됐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벌금은 현재 부당이득액의 3∼4배에서 4∼6배로 상향된다. 형사처벌도 강화돼 부당이득액이 50억원을 웃돌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공매도 금지가 길어질수록 한국증시의 신인도가 훼손되고 외국인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 가뜩이나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져 자본유출과 환율불안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코리아 엑소더스’가 현실화할 경우 그 충격은 가늠하기 힘들다. 금융당국은 빈틈없는 제도보완으로 불법 공매도를 뿌리 뽑되 해제 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할 것이다. 전면 재개가 어렵다면 우량종목 등에 한해 부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