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與, 전대 룰 민심 20% 확정… 친윤 ‘한동훈 대세론’ 꺾기 본격화

불붙은 당권경쟁… 셈법 분주

김기현 “실패한 리더십” 韓 저격
나경원, 韓 겨냥 “원외 대표 힘들어”
친윤 단일 주자 땐 조직표 영향력
초선 김재섭, 친윤계 연대 가능성

당 장악력 약한 유승민 불리할 듯
수도권 원외선 ‘5대5룰’ 불발 불만
안철수도 “민심 받든다는 말 민망”
(왼쪽) 한동훈, 김재섭

국민의힘이 차기 당대표 선출 과정에 민심을 20%만 반영하기로 했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분위기 속에서 전당대회 룰이 사실상 확정되자 친윤(친윤석열)계에서 ‘한동훈 대세론’ 꺾기에 나서는 등 계파별·당권주자별 견제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13일 회의에서 현행 당원 투표 100%인 지도부 선출 방식을 ‘당원 투표 80%·일반 국민 여론조사 20%’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김민전 수석대변인은 비대위원 다수가 이 안을 선호했다면서 “(민심 비중을) 크게 움직이는 것이 제도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안은 19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거쳐 확정된다.

 

◆친윤계·당권주자 ‘한동훈 때리기’

 

전대 룰 결정 직후 김기현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실패한 리더십이 아니라 당을 살리고 민생을 살릴 수 있는 새롭고 참신한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면서 “또다시 이조심판 논쟁에 매몰돼선 안 된다. 지구당 부활 같은 정치권 밥그릇 챙기기 이슈가 아니라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당력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4·10 총선 패배, 이조심판론, 지구당 부활론을 언급한 점에 미뤄 한 전 위원장을 공개 저격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전 대표가 올린 글은 친윤계 일각에서 ‘한동훈 대항마’를 내세울 가능성을 암시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김 전 대표는 통화에서 “특정인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은 아니다”라면서도 “(참신한 인물론은) 갑자기 나온 얘기가 아니다. (당내) 공감대가 많다”고 말했다.

 

친윤 단일 주자가 출마한다면, 당원 투표 비율이 80%에 달하는 만큼 조직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전대에서 김 전 대표가 과반 득표(52.93%)로 결선투표 없이 당권을 차지한 것도 조직표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이날 비대위가 민심 반영 비율 30%가 아닌 20%를 선택한 것 역시 현행 유지를 고수했던 친윤계의 당내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30대 초선 김재섭 의원이 이번 전대에서 친윤계 지지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김 의원이 최근 한 친윤계 중진 의원과 만찬 회동을 했고, 다른 친윤계 인사들한테도 도와주면 전대에 나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14일 “당내에 출마 권유를 하는 분들이 많다”며 “일일이 ‘나간다’, ‘안 나간다’ 답할 수 없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고민해보겠다’고 답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대표가 언급한 ‘참신한 리더십’과 김 의원 이미지가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내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김 의원은 30·40 소장파 모임 ‘첫목회’ 소속으로 쇄신 이미지가 강해 원외 지지를 모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당대표 출마를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채 상병 특검법 등과 관련해 당 주류에 반하는 목소리를 내온 만큼 친윤계와 쇄신파 지지를 동시에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다른 당권주자들은 이날 일제히 한 전 위원장 때리기에 나섰다. 나경원 의원은 “역대 원외 당대표를 겪어보기도 했는데, 정치의 전장이 국회 중심이다 보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윤상현 의원은 “당대표를 맡는 것이 (총선 패배에) 책임지는 자세란 논리는 민주당식 궤변”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사. 연합뉴스

◆민심 반영 최소화에 비판론 봇물

 

이날 결정된 룰로 가장 타격을 입는 당권주자로는 유승민 전 의원이 꼽힌다. 유 전 의원은 각종 차기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당원·비당원을 구분하지 않았을 때는 한 전 위원장과 호각을 이뤘지만, 당원 대상으로 한정한 조사에서는 한 전 위원장에 많이 밀렸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유경준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도 있는데 5대 5는 못할망정 2대 8이라니, 늘 이런 식이면 국민의힘은 영원히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측근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이 당대표가 되는 게 뭐가 그렇게 겁이 나서 그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당이 총선 후에 하나도 바뀐 게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은데, (유 전 의원이) 그 고생을 하면서 (전대에) 나온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다”고 말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도 “20%라는 비율은 민심을 받든다는 말을 하기조차 민망하다”며 “사상 최대의 총선 참패 이후 당이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4·10 총선 낙선자 중심의 원외위원장들로부터도 성토가 이어졌다. 첫목회 간사인 이재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통화에서 “우리가 처음 내놓은 5대 5 룰과 집단지도체제는 당이 변했다는 걸 보여주는 기준점이었는데 무시됐다”며 “민심을 반영하는 데 소극적인 당이 어떻게 민심을 얻어 여론전을 펼칠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수도권 원외위원장 모임 ‘성찰과 각오’도 이날 회의 후 2대 8 전대 룰에 아쉬움을 나타내며 “당을 제대로 쇄신할 수 있는 당 대표로 총의를 모으겠다”고 밝혔다.


유지혜·김병관·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