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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년 ‘근본’ 줄다리기… 울산서 ‘마두희’ 한판 승부 [뉴스+]

민족 고유 명절 ‘단오(6월10일)’를 맞아 320년 전통의 줄다리기로 이름난 마두희(馬頭戱) 축제가 태화강 국가정원과 울산 원도심 일원에서 펼쳐진다. 마두희는 말머리 모양을 닮은 산을 새끼줄로 묶어 끌어당기는 놀이(줄다리기)라는 뜻이다.

 

지난해 울산 중구 원도심 일대에서 열린 마두희 축제의 모습. 울산 중구 제공

14일 울산 중구에 따르면 태화강 마두희 축제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이어진다. 마두희에 앞서 중구는 13일 마두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마두희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자산에 줄다리기를 등재했던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전문가들이 참여해 마두희의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토론하면서 재조명했다.

 

축제는 태화강마당, 마두희마당, 공연마당, 부대행사 등 30여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대표 행사는 단연 줄다리기다. 참가자들은 편을 나눠 태화강 한가운데 올라서 한판 줄다리기를 벌인다. 또 원도심 골목에서 편을 갈라 줄다리기 명승부를 펼친다. 줄은 전통방식 그대로 새끼를 꼬아 만든 것을 쓴다.

 

지난 1일 중구 주민들이 태화강 체육공원에서 2024 태화강마두희축제 큰줄당기기에 쓰일 몸통 줄을 제작하고 있는 모습. 울산 중구 제공

마두희는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풍속이다. 단옷날 울산 사람들이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승부를 겨루고 풍년을 기원한 게 마두희 축제의 시작이다. 울산 사람들은 동대산 한 줄기가 남쪽 바다를 향해 있는 모양이 말머리 같다고 여겼다. 1749년 울산생활을 기록한 학성지(鶴城誌)에는 “고을 사람들이 산 줄기가 바다를 향해 흘러가는 것이 싫어 새끼줄로 그것을 끌어당기는 놀이를 했다”고 돼 있다. 1900년대초까지 열렸지만, 일제강점기 주민 집단행사를 통제하면서 그 명맥이 끊겼다. 중구는 2012년부터 전통문화 복원 등을 위해 마두희 재현 축제를 열고 있다.

 

이런 풍속과 의미를 인정받아 마두희는 지난해 12월 울산시지정문화유산에 등록됐다. 태화강 마두희 축제는 올해 1월 문화체육관광부 ‘2024-2025 예비축제’에도 선정됐다. 올 들어 지난 4월에는 울산마두희보존회가 한국전통줄다리기전승단체연합회 정회원 인증을 받기도 했다. 박문태 축제추진위원장은 “태화강 마두희 축제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여름축제”라며 “올해는 더 재밌고 특별한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울산=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