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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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맞이 한창인 北… 영빈관 단장에 ‘우크라 평화회의’ 맹비난

북한이 수일 내 방문할 것으로 확인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맞이에 한창이다. 북한의 대표적 귀빈 숙소인 평양 백화원 영빈관 입구에 붉은색 물체를 설치한 것이 포착됐고,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인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러시아 편들기에 나섰다.

 

14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민간 위성서비스 플래닛랩스가 전날 촬영한 백화원 영빈관 위성 사진에 이전에는 없었던 물체가 확인됐다. 차량이 들어오는 입구 주변에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붉은색 물체가 나타난 것이다. 며칠 전 평양 김일성 광장에 대형 구조물이 설치된 정황이 포착된 것과 마찬가지로 푸틴 맞이 차원의 단장으로 보인다.

김일성 광장을 촬영한 13일자 플래닛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 광장 연단 바로 앞에 대형 외벽이 등장했고, 그 안에 무대 추정 물체가 포착됐다. 플래닛랩스 제공

백화원 영빈관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6년 노무현 대통령, 2018년 문재인 대통령 등 북한을 방문한 역대 한국 대통령이 모두 사용한 숙소다.

 

2002년 고이즈미준이치로 일본 총리, 2009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방북시 머물렀으며 2018년 남북정상회담도 이곳에서 열렸다.

 

그러나 가장 최근에 북한을 방문한 외국 정상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9년 방북 당시 금수산 태양궁전 근처에 새로 지은 금수산 영빈관을 이용했다. 이번에 백화원 영빈관은 공식 행사 장소로 활용하고, 푸틴 대통령은 금수산 영빈관에 머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북한은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통신은 “’평화’의 미명으로 대결과 전쟁을 사촉하려는 자들이 머리를 들이밀고 모의하는 음모적인 회의”라며 “현 우크라이나 사태의 기본 장본인인 미국”이 “갈수록 렬세(열세)에 빠져드는 주구의 가련한 처지와 나토 성원국들 속에서 증대되는 ‘우크라이나 지원 피로감’을 국제적인 대로씨야(러시아) 압박공조로 만회하려는 흉심“으로 평화회의를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문제해결의 기본 당사국인 로씨야의 참가도 없이 그 무슨 ‘평화’에 대하여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북쪽 116㎞ 떨어진 두브나의 핵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NICA 이온 입자 가속기를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이 전쟁이 시작됐다는 점은 일언반구도 없이 러시아 입장을 적극 대변하기에 바빴다.

 

“끼예브(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가 제안한 의정 역시 서방 나라들 스스로가 인정하다 싶이 마치도 ‘패전한 로씨야에 강요된 항복서’를 련상시키는 것으로서 모스크바의 립장에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 하는가 하면 “로씨야가 확고한 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서방과 우크라이나 괴뢰도당이 현실 가능성도 없는 ‘최후통첩’적인 내용을 회의의제”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논평 안에서 ‘패전한 러시아에 항복서를 강요’한다는 말과 ‘러시아가 확고한 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을 동시에 언급하는 모순도 보였다. 

 

우크라이나의 요청으로 세계 각국 대표가 모여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협의하는 평화회의는 오는 15~16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린다. 이 회의에는 유럽 정상 다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초청받지 못했으며 중국은 당사국인 러시아가 불참하는 점 등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보낸다. 한국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정부 대표로 참석할 예정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