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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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내야 섭섭하지 않을까?” 청첩장에 깊어지는 고민 [일상톡톡 플러스]

‘축의금플레이션’ 신조어까지 등장해

“밥 안 먹는 대신 축의금 적게 내자”

축하보단 ‘교환의 의미’ 더 크기 때문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물가 상승으로 예식장 대여비와 식비가 고공행진하면서 축의금을 두고 하객들 사이에서는 ‘축의금플레이션’(축의금+인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예식 비용이 치솟으며 하객들도 상당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결혼식장에서 밥을 안 먹는 대신 축의금을 적게 내자는 얘기도 농담이 아닐 지경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웨딩홀의 평균 예식 식대비용은 8만원 수준이다. 이는 아직도 일반적인 축의금 액수인 5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업체별로 최소 6만6000원에서 최대 10만8000원까지 가격대가 벌어졌다. 성수기(통상 3~6월·9~11월)와 비수기(12~2월·7~8월) 사이에는 17%가량 차이가 났다.

 

지난달 신한은행이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보고서 2024'를 보면 지인 결혼식 축의금 액수는 참석 여부와 결혼식 장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참석 없이 축의만 하는 경우 5만원을 지불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52.8%), 평균 금액은 8만원이었다. 직접 참석 시에는 10만원이 가장 많았고(67.4%), 평균 금액은 11만원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요 호텔 웨딩홀은 이보다 식대가 훨씬 비싼 편이다. 그나마 저렴한 곳은 13만원 수준이었으나, 비싼 곳은 20만원을 훌쩍 넘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2배 가량 급등한 것이다.

 

예식 비용이 급증한 데는 코로나19를 전후로 예식장이 줄폐업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팬데믹 시기 중소 예식장이 대거 문을 닫은 탓에 적은 수의 예식홀에 예비부부들이 몰리면서 대관료가 치솟았다.

 

외식물가 상승도 예식비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예식 비용이 치솟으며 하객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특히 축의금 액수를 얼마로 내야 할지가 최대 고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급기야 '축의금 5만원을 낼 거면 참석하지 않는 게 예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참석하면 10만원, 불참하면 5만원'이라는 인식이다.

 

한 유명 유튜버의 결혼식장 밥값과 축의금에 대한 소신 발언도 화제를 모았다. 그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채널에 '결혼식장에서 비싼 스테이크를 주면 어떡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요즘 평균 식대가 인당 6만~9만원으로 고가다. 축의금을 5만원만 내고 밥까지 먹고 가면 진상으로 찍히는 분위기"라며 "과거에는 식대가 3만5000원에서 4만원 사이다 보니 축의금 5만원 내면 끝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8만원짜리 지폐가 있으면 좋은데 없다. 10만원을 내자니 과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식장에 가서 스테이크를 썰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이런 건 웨딩업체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간단한 다과 정도만 해도 문제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제는 결혼식에서 와서 얼굴 보고 축하해 주는 사람보다 차라리 밥 안 먹고 축의만 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게 된다"며 "이렇다 보니 차라리 밥을 안 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혼이라는 게 하객들에게 감사함을 표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상대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것'으로 변질됐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축의금 논쟁이 우리 사회에선 축하의 의미보단 '교환의 의미'가 더 크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특히 요즘처럼 월급은 거의 그대로인데, 물가만 폭등하는 시기엔 더욱 이러한 논쟁이 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