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주도하는 18일 전면 휴진을 앞두고 개원의·교수 중심의 의협과 전공의 간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료계 전면 휴진에도 전공의나 의대생들은 여전히 복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대생 학부모들이 의대 교수들의 더 적극적인 투쟁을 촉구하고 나서며 빈축을 사고 있다.
16일 전공의·의대생들의 참여 비율이 높은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임현택 의협 회장을 향한 ‘깜냥이 안 된다’, ‘전공의 몇 명에 100만원 지원해 주곤 생색을 내고 있다’는 식의 비난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정부가 18일 휴진 신고를 받은 결과 참여 의료기관이 전체 3만6371곳(의원급 중 치과·한의원 제외, 일부 병원급 포함) 중 4.02%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 뒤에는 개원의를 향한 비난도 쏟아졌다. 한 전공의는 “우린 4개월째 월급도 못 받고 있는데 (개원의는) 그깟 돈 때문에 겨우 하루를 못 쉬냐”고 비난했다.
앞서 임 회장은 지난 13일 일부 전공의가 모인 온라인 단체 대화방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이 자신을 비판했다는 기사 링크를 올리면서 “죽으라고 지원해 줬더니 고맙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컴플레인(불만)만 가득하고 왜 내가 내 몸 버려가며 이 짓 하고 있나 싶습니다”라고 적었다.
개원의들도 발끈하고 나섰다. 한 개원의는 “지금까지 전공의들에게 수백만원을 후원했고, 18일도 휴진하기로 했지만 전공의들이 커뮤니티에 올린 글을 보니 돕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며 “앞으로 전공의들을 돕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F학점을 받은 의과 대학생도 유급하지 않도록 해주겠다는 특단의 대책을 내놨으나 의대생들도 요지부동이다. 교육부는 14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의대 교육 정상화 관련 브리핑에서 ‘비상 학사 운영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마련해 대학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예시로 나온 가이드라인 내용에는 한두 과목을 이수하지 못해 F를 받은 의대생을 위해 2학기에 과목을 추가 개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1학기 수업을 2학기에 운영하고, 내년도 2월 말이 지나면 세 번째 학기를 개설해 운영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한다.
의대생 학부모들은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면 휴진을 발표한 뒤 ‘환자들에게 죄송하다’는 입장을 보이자 “투쟁하지 않으면 쟁취할 수 없다”고 몰아붙였다. 회원 수 2387명인 ‘의대생 학부모 모임’이라는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서울대 의대 비대위에 고함’이라는 글에서 학부모들은 “휴진 결의문을 읽고 감사 이전에 실망과 허탈함을 느낀다”며 “환자 100명도 소중하지만, 앞으로의 환자는 1000배 이상으로 (중요하다), 당장 환자 불편에도 지금은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동참할 거면 흔들림 없이 앞서 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2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어른들 싸움으로 생긴 일에 중재를 못 할망정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에 그 누구도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며 “본인 자녀가 소중하겠지만, 자녀‘만’ 소중하다는 이기주의는 결국 그 자녀에게까지 장기적으로 해가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