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최저임금이 48.7% 오르고, 코로나19를 힘겹게 넘겼더니 금리·물가·환율 3고(高)에 에너지비용까지 급등해 경영위기가 지속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5월에 전국 1000개 소상공인을 방문조사해 최근 공개한 ‘최저임금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실태조사’ 보고서 첫장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는 자영업자를 포함한 소상공인의 33.6%가 “2025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했고, 64.9%는 오히려 “인하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상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으로, 월 환산액은 206만원이다. 최저시급 1만원까지는 140원(1.42%)만 남겨둔 상황이다. 지난해 7월19일 결정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2.5%(240원)였던 점을 감안하면, 내년엔 최저시급 ‘1만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67.8%)은 최저시급 1만1000원 이상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응답자의 88.5%는 물가 인상 때문에 실질 임금이 줄었다고 봤다.
하지만 자영업자 폐업이나 휴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소상공인들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 감소 원인(중복 응답)으로 ‘최저임금 상승’(89.0%)을 먼저 꼽았고, ‘원재료비 상승’(83.8%), ‘에너지비 상승’(85.3%), ‘임대료 상승’(65.2%) 등이 뒤를 이었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6월27일)을 10일 남겨두고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본격적인 최저임금 논의는 시한을 넘길 것이 유력한데, 현재 업종별 구분과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구분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 여전하다. 지난해에는 편의점, 택시 운송업, 일부 숙박·음식점업 등 3개 업종에는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올해에는 가사서비스 등 돌봄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매년 인건비가 오르고 있고,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 부담이 다르다는 것이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월평균 인건비 비중은 2022년 21.9%에서 지난해 26.0%에 이어 올해는 26.7%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상공인을 업종별로 보면 이·미용실(73.7%), 편의점 및 슈퍼마켓(73.5%) 등 인건비에 민감한 업종이 주류다. 소상공인들은 2025년 최저임금이 오를 경우 사업체 운영영향(복수응답)으로 ‘신규채용 축소(59.0%)’, ‘기존인력 감원(47.4%)’, 기존인력 근로시간 단축(42.3%)’ 등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업종별 구분은 저임금 근로자 보호라는 최저임금 취지에 맞지 않고, 업종별 낙인 효과로 이어진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종별 구분 적용이 관철되면 강경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계는 한발 더 나아가 최저임금 적용 대상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배달라이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등 도급제 노동자들도 최저임금 테두리 안으로 들어오도록 비용 등을 감안한 별도 최저임금을 설정하자는 것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위 심의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후 법정 심의 시한을 지킨 건 9차례뿐이라서 올해도 시한을 넘겨 7월 중순쯤 최저임금이 표결로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