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상속세 부담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폐지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상속세 최고세율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30% 안팎으로 낮추고, 공제 한도를 높이는 등 구체적인 방안과 함께 자본이득세 전환 등 장기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정부는 과도한 상속세가 원활한 가업승계를 가로막고 있는 데다 기존 과세표준과 세율 아래에서는 집값 상승으로 서울에 아파트 1채만 가진 중산층에도 부담이 돼 전면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16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부는 먼저 현행 50%(최대주주 할증 평가 시 6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6.1%에 근접한 30% 내외까지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상속세 세율체계는 2000년 최고세율이 45%에서 50%로 상향된 뒤 2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세제 당국에 따르면 최고세율 50%는 일본(55%)에 이어 OECD에서 두 번째로 높다. 다만 일본이 과세표준을 시가로 적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상속세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런 상속세 부담이 경쟁력 있는 기업의 가업승계를 가로막아 사업의 단절 및 일자리·투자 감소를 초래하고, 결국 중산·서민층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상속·증여세 징수액이 14조6000억원으로 전체 국세수입 대비 비중(4.3%)이 크지 않은 만큼 세수가 어느 정도 줄더라도 상속세 부담 완화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진다면 전체 국가경제에 더 이득이 될 것이란 입장이다.
아울러 일괄 공제 5억원, 배우자 공제 5억원으로 규정된 상속세 공제 한도는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가 11억9957만원(민주노동연구원 분석)을 기록하는 등 각종 자산 가격의 상승으로 중산층 역시 상속세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공제 한도를 상향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공제 한도 10억원도 1997년부터 28년째 변동 없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유산세 체계를 유산취득세로 바꾸고, 상속세를 자본이득세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행 유산세는 사망자의 유산 전체에 10~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한 뒤 각자 상속분에 배분된 세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상속분이 적든 많든 동일한 초과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탓에 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와 달리 유산취득세는 분할된 몫, 즉 받는 사람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유산세에 비해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더 나아가 주식 등 자산에 대해 가업승계 시 과세하지 않고 처분할 때 매기는 자본이득세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증여세 역시 상속세와 긴밀히 연동된다는 점에서 세율 인하 등이 함께 실시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는 이번주 세제당국과 2차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상속세제 개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산 불평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상속세 완화가 부의 재분배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자산 부분의 거품이 끼면서 격차가 심해졌다. 부의 대물림이 심각한 상황에서 상속세 완화는 맞지 않다”면서 “각종 공제로 상속 건수의 5% 정도만 실제 세금을 내고, 이 중에서도 아주 소수만 부담을 느끼는 수준이기 때문에 상속세가 무겁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종부세에 대해서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민간 임대시장이 위축되는 등 부작용이 많은 만큼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전면 폐지하면 지방세수가 급격히 위축될 우려가 있는 탓에 일단 15억원 이상 초고가 1주택자 및 보유 가액의 총합이 특정 기준을 넘는 다주택자에만 제한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종부세가 재산세와 통합하면 부족해지는 세수를 만회하기 위해 재산세를 올려야 하는데, 정부가 이런 증세를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