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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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과된 세금에 ‘당연무효’를 다툴 사유 [알아야 보이는 법(法)]

납세자가 과세관청으로부터 받은 납세고지서에 하자가 있다면 고지서를 받은 때부터 90일 내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그 하자에 대해 다퉈야 합니다. 제소기간 내 다투지 않으면 이후에는 일반적으로 해당 부과처분의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됩니다.

 

예외적으로 부과처분의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당연무효’로 봐야 할 사유가 있다면 납세고지서를 받은 때부터 90일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무효를 구하면서 그 하자를 다툴 수 있습니다.

 

최근 선고된 대법원 선고(2024. 3. 12. 2021다224408 판결)는 재산세 분리과세 대상이 되는 ‘목장용지’임에도 재산세 합산 과세 대상 토지로 잘못 부과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부과처분을 무효로 볼 수 있는지가 문제 된 사안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법원은 그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어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납세자 A는 지목이 목장용지인 토지를 소유했으나 실제 이를 목장으로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제주시장은 토지를 지방세법상 합산과세 대상 토지로 보아 재산세 및 지방교육세를 부과해 왔습니다.

 

납세자 A는 2013년 1월쯤부터 이 토지 지상에 건축물을 신축한 뒤 말을 사육하기 시작했고, 이를 한국마사회에 등록했습니다. 그런데도 제주시장은 종전과 동일하게 합산과세 대상 토지임을 전제로 2014년 내지 2018년 귀속 재산세 등을 부과했습니다.

 

서울 영등포세무서장도 재산세 등 부과처분 관련 과세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토대로 A가 소유한 위 토지를 합산과세 대상 토지로 보고, 2014년 내지 2018년 귀속 종부세 등을 부과했습니다.

 

이에 A는 자신이 소유한 위 토지가 분리과세 대상임을 전제로 계산한 세액을 초과하는 부분은 해당 처분이 위법하고 그 하자가 중대·명백해 당연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과세 대상이 되는 법률관계나 소득 또는 행위 등의 사실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에게 한 과세처분은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하다고 할 것이지만, 과세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어떤 법률관계나 사실관계에 대하여 이를 과세 대상이 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 그것이 과세 대상이 되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경우라면, 하자가 중대한 경우라도 외관상 명백하다고 할 수 없어 그와 같이 과세요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의 과세처분을 당연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일반적인 법리를 먼저 설시했습니다.

 

그러면서 “A가 소유한 토지는 합산과세 대상 토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오인할 만한 객관적인 사정이 있고, 그것이 분리과세 대상 토지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하여야 비로소 밝혀질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해당 부과처분의 하자가 외관상 명백하다고 볼 수 없어 무효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처럼 과세관청의 부과처분을 당연무효로 보기 위해서는 그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야 합니다.

 

법원은 “과세관청이 조세를 부과하고자 할 때에는 해당 조세법규가 규정하는 조사방법에 따라 얻은 정확한 근거에 바탕을 두어 과세표준을 결정하고 세액을 산출해야 한다. 이러한 조사방법 등을 완전히 무시하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막연한 방법으로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부과했다면 이는 하자가 중대하고도 명백해 당연무효라 하겠지만, 그와 같은 조사 결정절차에 단순한 과세 대상의 오인, 조사방법의 잘못된 선택, 세액 산출의 잘못 등의 위법이 있음에 그치는 경우에는 취소 사유로 될 뿐”이라고 판시하면서, 부과처분의 당연무효 사유를 매우 엄격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세관청으로부터 받은 납세고지서에 하자가 있다면 반드시 고지서를 받은 때부터 90일 내 취소를 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지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jieun.kim@barunlaw.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