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세한도’ 등 대를 이어 모은 문화유산을 기증한 미술품 소장가 손창근씨가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5세.
고인의 아들인 손성규 연세대 교수는 “지난 11일 (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가족장으로 모셨다”고 17일 전했다. 고인은 마지막 순간에 부고를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히 장례를 치렀다.
1929년생인 고인은 개성 출신 실업가인 부친 손세기(1903∼1983) 선생과 함께 대를 이어 문화유산을 수집했다. 고인은 이렇게 모은 문화유산 총 304점을 2018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1447년 편찬한 용비어천가 초간본, 추사 김정희의 ‘불이선란도’ 등이 기증품에 포함됐다.
고인이 당시 기증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품에 뒀던 작품이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다. 고인은 1년 2개월여 뒤인 2020년 1월 ‘세한도’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런 공로로 그는 2020년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유산 정부 포상이 이뤄진 이래 금관문화훈장을 수여한 건 고인이 처음이었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그해 12월 고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인은 여러 활동에도 좀처럼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고인은 생전 다양한 기부 활동도 했다. 2008년 연구 기금으로 써달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1억원을 쾌척했고 2012년에는 경기 용인 일대의 임야 662ha(약 200만평)를 산림청에 기부했다. 2017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0억원 상당의 건물과 1억원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