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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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시인’ 윤보영의 지도로 경기도 광주 수국축제현장에서 감성시집 출간 꿈 이룬 6人

손묘랑 등 감성시집 낸 6명의 시인, 고국에 대한 그리움, 배우자를 잃은 슬픔, 사람 관계에서 얻은 ‘마음의 병’이 있었으나 “시를 쓰면서 극복하고 행복감을 찾았다”고 소감 밝혀
윤보영 시인 “시를 통해 자신을 치유하고 가족과 이웃이 행복한 사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당부

지난 15일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 태화산 자락 ‘이야기 터 휴(休)’에서 <윤보영 시인과 함께하는 제1회 ‘이야기터휴(休)’수국축제>가 열렸다. ‘커피 시인’으로 알려진 윤보영은 중앙 부처 공직생활을 하며 틈틈이 써온 감성시가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있다. 현재 수십만명이 그의 시를 애독하고 있어 ‘스타시인’으로 통한다.

제1회 ’이야기터 휴’ 수국축제 현장에서 6인 시집 발간행사 및 사인회를 주관한 ’커피 시인’ 윤보영.

이날 행사에 참여한 문화예술인과 지역민은 산자락 곳곳에 만개한 수국 꽃밭 속에서 수국을 주제로 백일장과 시낭송도 하고, 한복 패션쇼와 음악 공연을 관람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메인 행사는 감성시집 발간 행사와 사인회. 윤보영 시인으로부터 1년 가까이 감성시를 배운 김미자 손묘랑 홍유경 임효숙 김정숙 이주연씨 등 6명은 일상에서 생긴 시심을 그들만의 언어로 ’빚고 구운’ 감성시집을 공개했고, 가족과 동료가 이들의 감성시인의 길로 들어선 것을 축하하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콩 한 쪽도/ 나눠 먹으라는/ 어머니 말씀 // 자식이라면/  콩깍지 씐/ 어머니 사랑// 콩밭을 일궈도/ 못 다 헤아릴 그 크신 사랑! - 손묘랑 ‘어머니1’-  

 

산에/ 들에/ 수국꽃이 만발했다 // 봉긋봉긋/ 꽃송이/ 달콤한 향기/ 코끝에 스민다// 혹시,/ 그대가/ 수국꽃으로 피었나요?  -임효숙의 ‘수국 향기로’-

 

비가 내리다가/ 눈이 내리다가// 혹시 당신 머뭇거리고 있나요?// 비도 좋고 눈도 괜찮아요// 그냥 짓궂은 날씨처럼 불쑥 찾아오세요  -김미자 ‘그냥’-

김미자 손묘랑 홍유경 임효숙 김정숙 이주연씨 등 6인이 숲속정원에서 시집 사인회를 열고 있다. 이야기터휴 제공

이들의 사연은 저마다 절실하고 애틋하다. 윤보영 시인은 ‘일상에서 문득‘ 시집을 출간한 손묘량씨와 인연을 ‘기적’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일본 신주쿠에 거주하는 손씨는 그에게 감성시를 배우고 싶었으나 마땅히 연락할 방법이 없자 그가 오래전 떠나온 그의 본적지 경북 문경시 갈평리 290번지로 자신을 알리는 자료와 편지를 넣어 소포를 보냈다. 당시만 해도 해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테러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돼 ”조심하라!”는 뉴스가 연일 보도 될 때였다. 다행히 그 소포는 윤 시인의 친척에 의해 그에게 전달됐다. 윤 시인은 주위 사람을 물리고 마스크를 쓴 채 소포를 개봉하자 “윤보영 시인님께 시를 배우고 싶다”는 ‘보물 같은 사연’ 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지난해 8월부터 SNS을 통해 손씨는 윤 시인으로부터 첨삭지도를 받으며 감성시를 공부해 10개월 만에 감성시집을 선보이게 됐다.

 

‘당신도 참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시집을 출간한 홍유경씨는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 보낸 후 쓸쓸했으나 시를 통해 상실의 아픔을 딛고 다시 행복을 되찾았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 쓴 메모가 시가 되어 나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했다. 외롭고 슬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고 시집 서문에 썼다.

 

‘굿모닝 나팔꽃’ 제목의 시집을 낸 임효숙씨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소재들, 자연의 모든 것들과 가족, 사물, 이웃에게서 얻은 영감과 감성을 불어넣어 한편 시를 완성해 가는 동안 제안에 생동감을 넘치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시집을 낸 시인들이 이지출판과 함께 ‘이야기터 휴’ 조성을 위한 수국 기금을 전달하고 있다. 이야기터휴 제공

이들은 숲속정원에서 가족과 지인을 초청해 시집 사인회를 열었고, 시집 발간을 기념해 이지출판과 함께 ‘이야기터 휴’ 조성을 위한 수국기금도 전달했다.

 

윤보영 시인은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을 가슴에 눌러 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시집을 낸 이분들 용기 있는 분들이다. 지금까지 눌러둔 감정에 새싹이 돋아나 시를 쓰게 된 것이다. 이들은 내가 시를 쓸 수 있을까? 시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이 막연한 희망을 현실로 만든 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시는 어렵지 않으면서 마음에 와 닿아야 한다”며 “감성시는 시를 쓰는 자신이 먼저 치유되고, 가족과 이웃, 나아가 만나는 사람들이 차례로 치유되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첫 감성시집 ’일상에서 문득’을 펴낸 일본 신주쿠에 거주하는 손묘랑씨.

이날 행사에는 손봉숙 전 의원, 문창진 시인(전 복지부 차관), 손진책 연극연출가, 신영기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고문, 박용주 (주)지비스타일 대표이사, 서용순 이지출판사 대표, 강현채 액티브퀸모델협회 회장 등 문화예술인과 지역민 25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장인 ‘이야기터 휴’는 대한철강 박종구 회장과 그의 아내 (주)대한오케이스티일 김연선 대표가 3만여평 부지에 조성한 휴식을 하면서 시와 그림 음악을 만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고 있다. 주말이면 ’이야기터 휴’ 회원들이 꽃과 나무를 가꾸며 시낭송회와 캘리그라피 행사를 연다. 이날 수국축제에 이어 9월에는 구절초 축제가 열린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