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멕시코, 캄보디아의 주문·제조자들이 가담한 국제 마약 유통망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캄보디아에 있는 중국계 조직원이 마약을 주문하면 미국에 있는 중국계 밀매조직이 이를 멕시코의 필로폰 제조책에게 전달해 국제우편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단계를 밟았다. 또 경기 안산시의 조직폭력배 출신 수거책은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오는 마약을 받아 유통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수사를 위해 검찰과 국정원, 미국 마약단속국, 캄보디아 마약청 등이 협력했다.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동현)는 조폭 출신 40대 A씨와 그의 지인 B씨 등 2명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향정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 등은 올해 2월10일 미국에서 필로폰 3㎏을 국제항공 우편물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여온 혐의를 받는다. 이 우편물은 인천공항세관에 적발돼 모두 압수됐다.
검찰은 마약류 지문 감정 결과 해당 필로폰이 멕시코에서 제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류 지문 감정이란 마약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분석해 원료 물질과 제조 방법, 지역, 유통경로 등을 알아내는 기법이다.
이들은 철저히 역할을 분담해 꼬리를 밟히지 않도록 했다. A씨와 친분이 있는 캄보디아 거주 중국인 C씨는 미국에 있는 중국계 마약 밀매조직에 필로폰을 주문했다.
A씨와 C씨와 과거 안산 일대에서 마약을 유통하다가 알게 된 사이로 파악됐다. C씨는 강제 추방된 뒤 캄보디아에서 마약밀수 범죄단체를 조직했다.
수사 기관은 C씨가 보낸 국제우편물의 반입 내용과 배송경로 등을 조사한 결과 A씨가 연루된 우편물 외에 국내에 반입된 필로폰 3㎏을 추가 적발해 압수했다.
C씨를 통해 국내 반입된 필로폰은 모두 6㎏, 120억원 상당으로 12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검찰은 C씨에 대해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기로 했다.
검찰은 A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하고 마약을 상습 투약한 혐의로 A씨의 사실혼 배우자 D씨도 함께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제 마약 밀매조직 공급망이 우리나라에 뻗친 상황에서 국정원과 세관이 관련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수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