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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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강내유’ 듀오, 악귀와 좌충우돌… 코미디와 오컬트의 기묘한 공존

이성민·이희준 주연 ‘핸섬가이즈’

외모만 험상궂은 목수 절친들 시골행
귀신 들린 집서 한바탕 소동극 벌여
이희준 “다음 예측할 수 없는 재미 있어”

코미디 영화는 만들기 쉽지 않다. 모자라면 썰렁하고 과하면 유치해지기 십상이다. 특히 관객 눈높이가 올라간 요즘은 과거만큼 웃음에 관대하지 않다. 26일 개봉하는 신작 ‘핸섬가이즈’는 웃음 제조라는 어려운 미션에 성공한다. 이 작품은 기대를 배반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들로 웃음을 유발한다. 배우 이성민, 이희준, 박지환의 적확한 연기도 얼굴 근육을 풀어지게 만든다.

우애가 돈독한 목수인 재필과 상구는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로 향한다. 들뜬 마음으로 트럭에 짐을 실었지만 시작부터 좋지 않다. 마트에서 마주친 대학생 무리에게 사소한 일로 오해받고, 경찰에게는 눈도장이 찍힌다.

영화 ‘핸섬가이즈’는 시골 외딴집을 산 두 남성이 험악한 외모로 오해를 사고 이 와중에 악귀가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맞물린 오컬트 코미디다.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부동산 중개인에게 넘어가 얼렁뚱땅 사버린 전원주택 지하에는 오랜 세월 악귀가 갇힌 상태다. 이를 까맣게 모르는 두 사람은 저수지에서 낚시하며 시골의 밤을 즐기다 대학생 무리 중 한 명인 미나가 물에 빠지는 걸 목격한다.

‘핸섬가이즈’는 팔짱 끼고 코미디를 보는 이들이라도 결국 웃음을 베어 물게 만드는 매력을 갖췄다. 1차적 웃음은 이성민이 연기하는 재필과 이희준이 맡은 상구의 캐릭터에서 나온다. 두 남성은 험상궂은 외모와 달리 내면은 순박하고 온순하다. 특히 상구는 지극히 순진무구해, 세상의 이기심과 적대감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 두 남성의 험악한 외모를 본 이들은 자동으로 겁을 먹지만, 정작 재필과 상구는 본인들이 잘 생긴 ‘터프 가이’와 ‘섹시 가이’인 줄 착각한다. 이런 간극에서 초반의 코미디가 빚어진다.

외모로 인한 편견이 초반을 끌어가다 보니, 두 남성을 본 이들의 반응이 과하거나 호들갑스럽게 느껴지는 대목들도 있다. 그러나 사건이 구르고 굴러 눈덩이처럼 커지게 되면, 상황 자체에서 오는 웃음이 극을 견인한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남동협 감독은 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웃기는 상황까지 도달하는 과정과 그 속의 캐릭터가 설득력을 가져야 그 장면이 먹힐 거라 생각했다”며 “캐릭터들도 처음 등장하자마자 웃기려 들면 쉽지 않기에, 캐릭터가 쌓이고 난 다음에 인물이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웃길 수 있게끔 유도하는 설계를 많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캐나다 코미디 영화 ‘터커 & 데일 vs 이블’을 각색했다. 원작은 코미디이지만 여기에 오컬트 요소를 더했다. 코미디와 오컬트의 공존이 절묘하다. 웃기다가 오싹해지고, 염소악마(바포메트)가 부활할수록 공포가 고조되는데 어느새 웃으면서 편안히 보게 된다.

배우 이희준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워낙 여러 장르를 혼합시켜 놓아 순간순간 드는 기대감이 무너지는 것이 재밌었고, 다음을 예측할 수 없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 소동극에 휘말리는 시골 경찰관을 연기한 박지환은 “대본을 받고 기존에 없던 감각이라 생각했다”고 전했다. 기존 문법을 비껴가기 때문에,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자칫 조잡해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작품의 축이 되는 이성민과 이희준은 능숙한 코미디 연기로 작품의 결을 잘 살린다.

영화 ‘서울의 봄’,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이성민은 무뚝뚝하면서도 단순하고 순박한 재필을 맡아 웃음을 유발한다. 이희준은 순진하고 귀여운 상구 캐릭터로 이성민과 뛰어난 연기 호흡을 보여준다. 남 감독은 두 배우를 선택한 데 대해 “선과 악 양쪽 다 가능한 배우를 원했다”며 “천의 얼굴로 모든 역을 자기 캐릭터로 소화해내는 이성민 배우와 한국의 조커 같은 이희준 배우에게 망설임 없이 대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미나를 맡은 공승연은 두 남성 사이에서 긴장을 느슨하게 만드는 촉매 역할을 사랑스럽게 소화한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장이수를 연기해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평을 받은 박지환은 이번에도 발군의 코미디 감각을 보여준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