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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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환경영향평가 ‘거제 관광단지’ 올스톱 되나

멸종위기종 개체수 축소·은폐 의혹
환경단체 “사업 무효소송 소장 제출”
경남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을 것”

경남 거제시 남부면 일대에 대규모 골프장을 포함한 호텔 등 레저 복합단지가 들어설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업 추진 지역에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의 개체수 등을 정확하게 조사해야 하지만 사전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이를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환경시민단체는 사업 추진의 근간이 되는 환경영향평가서가 제대로 작성됐다면 애초 이 사업이 추진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 마련과 함께 이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18일 거제시 등에 따르면 거제남부관광단지는 경동건설이 거제시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369만3875㎡ 규모로 건설하는 복합휴양레저단지다.

 

총사업비 4277억원을 들여 27홀 규모 대중골프장과 호텔‧콘도‧연수원‧캠핑장‧스파시설‧유원시설‧생태체험장 등을 조성하는 게 골자다.

 

환경시민단체 연합체인 ‘노자산 지키기 시민행동’은 사업 계획 지역에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 팔색조가 서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팔색조는 천연기념물이기도 하다.

 

이들 단체는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조사한 결과와 경남도‧거제시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사업자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이들 동‧식물의 개체수가 실제와 달리 현저히 적게 조사됐거나 아예 서식하지 않는다고 기술돼 있다고 환경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복합휴양레저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노자산 일대는 대흥란 국내 최대 자생지이며 거제외줄달팽이의 국내 유일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법원 판결에도 이 사업 주무부처인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지난 4월 “거제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가 불법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을 키웠다.

 

환경단체는 추가 재판을 통해 잘잘못을 따져 보겠다는 입장이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지법에 거제남부관광단지지정 무효소송 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관광단지 지정을 위한 핵심적인 행정절차인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유죄로 판결났으니 불법에 기초한 경남도의 관광단지 지정 고시는 불법”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단체는 “이번 소송을 통해 불법이 관행화된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그 책임을 분명하게 묻고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에 기여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낙동강환경청을 상대로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낙동강환경청장을 포함, 관련 공무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경남도는 무리하게 이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문제가 된 환경영향평가는 행정단계의 사전 전략환경영향평가로, 개발단계의 본안 환경영향평가와는 다르다”면서 “지난해 본안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조건부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관광단지 조성 계획 수립 단계인데 대흥란 이식 성공 등 멸종위기종 관리 대책을 마련한 후 조성 계획을 최종 인허가 할 계획”이라며 “만약 대흥란 이식에 실패하면 조성 계획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거제=강승우 기자 ks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