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를 매일 하시네요. 평소에 깨끗한 성격이신가 봐요.”
로봇청소기도 귀찮았던 걸까. 하루에 세 번 이상 일주일 내내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AI 스팀’을 작동시키자 AI 스팀에서 이런 음성이 흘러나왔다. 깨끗한 성격이라서가 아니다. 제품을 대여한 2주 동안 최대한의 실사용 정보를 얻고자 AI 스팀을 혹사했다.
AI 스팀은 지난 4월 초 출시되기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본 제품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한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주인공은 항상 중국 업체였다. 특히 물걸레 스팀 살균과 자동 먼지 비움 기능이 탑재된 ‘올인원’ 프리미엄 시장은 중국의 독점 상태였지만, AI 스팀은 출시 25일 만에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는 등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처음 써보는 입장에서 AI 스팀은 ‘신세계’였다. 로봇청소기는 청소를 마친 뒤 스테이션에 돌아와 알아서 물걸레를 세척하고 스팀으로 살균, 열풍으로 건조했다. 여러 번 청소해도 물걸레 냄새가 나지 않았다. 먼지까지 자동으로 비워 주니 이따금 급수통에 깨끗한 물을 채워 넣고 오수통의 물을 버리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먼지통을 통째로 분리해 물 세척할 수 있고 청정스테이션의 세척판까지 이중으로 분리돼 깔끔한 관리가 가능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2세대부터 물걸레 세척용 자동 세제 디스펜서가 탑재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팀 살균과 열풍 건조로 물걸레 냄새는 잡았지만, 물로만 세척하다 보니 물걸레의 얼룩까진 지워지지 않아서다.
AI 스팀의 두 번째 핵심 기능은 AI 자율주행 기능이다. 삼성은 AI 스팀의 사물 인식 기능이 크게 강화돼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약 1cm인 장애물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 6가지 사물을 바닥에 깔아놓고 회피 실험을 수차례 진행했다. 선폭이 2㎜가 채 안 되는 스마트폰 충전선과 함께 아기 양말, 작은 개구리 인형, 의자 모양 장난감, 신용카드 등 실생활에서 바닥에 자주 놓이는 물품들을 골라봤다. 로봇청소기 본체 너비(359㎜) 기준 여유 공간이 약 40㎜에 불과한 의자 다리 사이도 빠져나올 수 있을까.
테스트 결과는 놀라웠다. AI 스팀은 장애물들을 곧바로 인식하고 회피했다. 의자 다리 사이도 두 세 번 앞뒤로 왔다 갔다 하더니 잘 빠져나왔다.
무엇보다 청소를 놓치는 구역을 최소화하는 AI 기술이 적용된 것이 느껴졌다. 기존 로봇청소기는 청소 중 장애물이 있으면 멀찌감치 돌아갔지만, AI 스팀은 장애물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청소했다. 가끔 너무 가까이 다가가려다 보니 장애물을 살짝 건드리는 일도 있었다.
AI 스팀이 실험에서 유일하게 통과하지 못한 사물은 신용카드 모형이었다. 가로 8.5㎝, 세로 5.5㎝, 두께 2㎜에 흰색 타일 바닥과 대비되는 어두운 남색 신용카드 모형을 사용했는데 실험 때마다 인식하지 못한 채 그대로 밀고 나갔다. 같은 두께의 충전선은 잘 인식하는 것으로 봐선 향후 AI 알고리듬 업데이트를 거치면 신용카드도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소 성능은 어떨까. AI 스팀의 최대 흡입력은 6000파스칼(㎩)로 타사 프리미엄 라인과 비교했을 때 높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2주간 사용해 본 결과 일상생활의 먼지를 제거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업계에선 로봇청소기의 청소 능력은 흡입력보단 바닥 재질, 오염부 인식 등 AI 알고리듬이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분당 170회 회전하는 회전형 물걸레도 마음에 들었다. 기존에 사용하던 진동형 물걸레 방식의 로봇청소기보다 바닥 찌든 때를 더 잘 제거할 수 있었다. 카펫을 청소할 땐 모(毛) 길이에 따라 물걸레를 들어 올리거나 청정스테이션에 물걸레만 분리해놓고 먼지 흡입 모드로 청소하는 것도 눈길을 끌었다.
사이드 브러시가 고정돼 코너 청소가 어려운 점은 개선점으로 꼽힌다. 로봇청소기가 모서리 부분에 다다르면 사이드 브러시가 튀어나올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되면 청소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로봇청소기 성능 비교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떠오른 머리카락 엉킴 방지 기능은 어떨까.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을 제거해도 청소기 브러시에 머리카락이 엉켜 있으면 청소 성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삼성전자는 모래시계 모양 구조의 엉킴 방지 브러시로 머리카락과 반려동물의 털을 가운데로 모아 흡입하고, 청소기 내부 그라인더로 잘게 잘라 엉킴 걱정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사용 결과 엉킴 방지 기능은 100% 만족할 수준은 아니었다. 기존 로봇청소기들보다는 확실히 나았지만, 여전히 브러시에 머리카락이 엉켜 있었다.
집 구조를 지도화하는 맵뷰 기능은 경쟁사들과 유사했다. 다만 거울 등 빛을 반사하는 사물은 인식률이 떨어져서 거울에 비친 공간을 새 공간으로 추가해 지도를 그렸다. 실제 청소할 땐 거울로 막힌 공간이므로 문제될 건 없었다.
디자인은 지금껏 나온 올인원 로봇청소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로봇청소기가 올인원으로 진화할수록 로봇청소기와 청정스테이션의 부피가 커져 집안 인테리어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경계를 최소화한 일체형의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웠다.
청소 성능에 디자인까지 갖추다 보니 가격은 꽤 높아졌다. 출고가가 179만원에 달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청소 성능 외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가성비는 높아진다.
로봇청소기는 업체를 막론하고 생활가전 중 가장 고장이 잦은 가전인데, 삼성전자의 사후관리서비스(AS)는 경쟁사 대비 확실한 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최초로 글로벌 인증 업체 UL 솔루션즈로부터 사물인터넷(IoT) 보안 최고등급인 ‘다이아몬드’를 획득한 점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한 AI 생태계 구축은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는 장점이다.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타 가전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용자가 집을 비울 때마다 로봇청소기를 작동시키는 등 다양한 루틴 생성이 가능하다.
올해 10월부턴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자녀가 부모 집의 AI 스팀을 정해진 위치로 보내 나이든 부모가 쓰러져 있진 않은지, 쓰러진 것을 인지하면 AI 스팀이 스마트싱스를 통해 긴급구조(SOS) 등 자동으로 조치를 취하는 패밀리 케어 서비스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결론은, 어떻게든 세일 기간을 노려보자.
‘이동 중’은 핑계고, 기자가 직접 체험한 모든 것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