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의 정당한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우리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앞에서 열린 ‘의료 농단 저지 총궐기대회’에서 정부가 의협의 ‘3대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3대 요구안은 △의대 정원 증원안 재논의(2025학년도 포함)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쟁점 사안 수정·보완 △전공의·의대생 관련 모든 행정명령과 처분을 즉각 소급 취소다.
임 회장은 “이제 우리가 진정한 의료 정상화와 전문가주의 선진의료를 이뤄내야 한다”며 정부를 향해 “우리나라 의료구조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의대 정원 증원, 의료 농단 패키지 강요,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부당한 탄압을 즉각 멈춰달라”고 촉구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 사태를) 빨리 끝내달라는 마지막 호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원 투표를 했을 때 이 사태를 빨리 해결해달라는 회원들의 뜻이 모였다”며 “협회는 이 사태를 가장 빨리 해결할 수 있는 길을 내며 그 일환으로 오늘 전체 휴진과 궐기대회를 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의료계 “대한민국 의료 되살려야”
이날 여의도에서 열린 총궐기대회에는 의대생, 전공의, 교수, 개원의, 봉직의 등 의사 1만20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이들은 의협이 배포한 ‘의사들이 살리겠습니다’라고 적힌 수건으로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단상에 오른 의료계 인사들은 “대한민국의 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이 나서야 한다”며 결집을 호소했다.
단상에 오른 최 대변인은 “의협을 중심으로 전 의료계가 하나로 뭉쳐 정부의 의료농단과 교육농단을 저지하고, 대한민국의 의료를 되살리기 위한 진정성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기 위해 개최했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대회사에서 “의협은 이 폭압적 정부가 전공의 포함한 의사들 전문가로서 생명 살리는 소중한 존재로서 대화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며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저 임현택이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격려사에 나선 김교웅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의사라는 전문직을 무시한 채, 세계 최고 수준 의료가 그들의 명령으로 이뤄진 줄 아는 불통, 오만함을 우리가 나서서 이제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며 의사들을 향해 “우리가 달라지지 않으면 지금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집회 참석 의사들 “정부 명령 부당”
집회에 참석한 의사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가 ‘의료 전문가’인 의사 의견을 묵살한 채 협박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 집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개원의 최모(45)씨는 “이번 증원으로 의사가 배출되는 10∼15년 후에 저는 은퇴해도 되지만, 후세대 국민이 그 피해를 받을 게 분명하다”며 “정부가 휴진한 개원의에게 어떤 조치를 내릴지 불안하지만, 그만큼 절실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휴진하는 개원의는 사전에 신고하게 했지만, 그는 “법적 근거도 없는 명령이라고 생각해 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법적으론 30일 이상 휴진할 때만 보건소에 신고하게 돼 있는데, 이날은 하루 휴진함에도 정부가 신고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개원의는 ‘자영업자’이기에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개원의 남편을 둔 의대 교수 김모(42)씨는 “개원의는 자영업자”라면서 “병원을 여는 데 나라에서 돈을 보태준 것도 아니고, 자영업자가 쉰다고 해서 법적 제재를 가하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비판했다.
하루 전면 휴진을 넘어 대정부 압박 강도를 높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50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복지부가 말하는 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가 행정조치를 하면 의사들의 대응도 강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