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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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군사협력’ 경계심 커진 美…‘북·중·러 구도’ 우려 거리두는 中 [북·러 정상회담]

각국·외신 반응

WSJ “中, 미군 주둔 확대 촉발 우려”
日 “지역안보환경 엄중… 동향 주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한 북한·러시아 간 밀착에 미국은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국 역시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불편한 속내가 읽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현지시간)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와 북한이 식량과 석유부터 무기까지 모든 것을 교환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고갈된 무기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러시아는 북한에 핵 무장에 필요한 군사기술을 전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새벽 북한 평양에 도착해 국빈 방문을 시작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무기 제공을 발판으로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 끌고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방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특히 북·러 간 밀착은 북한의 군사력을 더욱 강화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강대국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역내 분쟁 장기화와 군사력의 과도한 확장 가능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북한의 재래식 무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방북 배경이라고 전날 짚었다. 매체는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 7000개에 달하는 무기 컨테이너가 러시아로 건너갔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소모전에 들어선 만큼 북한이 제공하는 모든 군수품은 러시아에 도움이 된다며, 특히 화성 11A 계열 미사일은 정밀도가 높아 격추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파사노에서 양국 간 새 안보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은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러정상회담과 관련해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적 협력 강화 등을 포함한 지역안보환경이 한층 엄중해져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며 “미국과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러시아가 북한을 ‘무기 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24년 만에 북한을 방문하는 목적에는 군사 협력 심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지속하는 것에 대항해 러시아는 북한에서 대량의 무기를 조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조·러(북·러)는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국가의 양자 일정’이라고 밝혔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WSJ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증가로 역내 미군 주둔 확대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은 중국으로서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뿐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첨단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 발전을 역내 위협으로 보는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뉴시스

중국이 북·러 밀착에 대해 탐탁지 않은 눈길을 보내는 것은 한·미·일에 맞서는 북·중·러 구도가 고착화하는 것을 반기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북·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불편해하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닛케이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며 “한반도 정세 불안정화를 막기 위해 한국과 외교·안보 대화를 차관급으로 격상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도쿄=이우중·강구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