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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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플랫폼 노동자 “차라리 최저임금위원회 없애자”…헌법소원 청구인단 모집 나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최임위 전원회의 규탄
하 위원장 “양대 노총 위원들에게 너무 실망”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가 올해 심의에서 특수고용직(특고)·플랫폼 노동자에게 별도로 적용할 최저임금을 정하지 않기로 한 데 관해 노동계가 헌법소원을 청구하겠다고 나섰다.

 

전국대리운전노조, 라이더유니온, 웹툰작가노조 등이 모인 ‘플랫폼노동희망찾기’는 2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직전 최임위 전원회의 결과를 규탄했다. 최임위는 13일 제4차 전원회의에서 특고·플랫폼 노동자 등 도급제 노동자에게 적용할 최저임금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법 5조 3항의 대상이 되는 근로자와 관련해 구체적인 유형·특성·규모 등 실태 자료를 노동계에서 준비하면 올해 최저임금 심의를 종료한 후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가 자료를 더 가져온다는 전제하에 올해 이후 논의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20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플랫폼노동희망찾기’가 주관하는 기자간담회가 열려 대리운전 기사·배달 라이더·웹툰 작가·콜센터 교육생 등 발언자들이 플랫폼·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최저임금법 5조 3항은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해져 있는 경우로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노동계는 이를 근거로 도급제 근로자를 위한 별도 최저임금을 정해 적정 임금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하신아 웹툰작가노동조합 위원장은 한목소리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최저임금법만 제정하는 것은 헌법 제32조 위반”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32조는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최저임금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들은 헌법소원 청구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향후 계획하고 있으며, 청구인단 1만명을 모집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잡았다. 

 

최임위가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설정 문제를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로 넘긴 데 대한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하 위원장은 “양대 노총 위원들에게 너무나 실망했다”며 “(당시 회의에서) 싸우고 퇴장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특고·플랫폼 노동자도 최저임금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인지 헌법소원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구 위원장은 전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생 대책을 언급하며 “특고·플랫폼 노동자 대상으로 (육아휴직) 대책을 내놓겠다고 이야기는 하는데, 이분들은 소득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미래를 불안하게 느낀다”며 “그러면 최저임금 정도는 적용하는 게 맞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