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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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가발과 속눈썹으로 ‘핵무기 야망’ 추구” [뉴스+]

北, 지난해 중국에 가발·인조 속눈썹 등 1680t 수출
미용 제품 제조 등 경공업은 유엔 대북제제 대상 아냐

북한이 가발, 인조 속눈썹 등 인모 제품을 통해 대북 제재를 피해 수익을 얻고, 이를 ‘핵 야망’을 추구하는 수입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

지난해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지난해 중국으로 수출한 가발, 인조 속눈썹·턱수염은 1680톤(t) 규모, 약 1억6700만달러(약 2307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북한의 대중국 전체 수출품의 60% 가까이를 차지하는 수치다.

 

가디언에 따르면 북한은 주로 중국에서 인모를 수입해와 제품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중국으로 보낸 뒤 전 세계로 수출한다. 이 때 이들 제품의 생산지는 북한이 아닌 중국으로 표기된다.

 

미용 제품 제조 등 경공업은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인모를 이용한 미용 제품은 북한의 고립된 경제를 유지하고 국제 제재의 여파를 완화하고 북한의 핵 야욕을 추구하기 위한 필수적인 소득원을 제공하는 데 일조해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레이프 에릭 이슬리 이화여대 교수는 가디언에 “제재만으로 김 위원장의 핵 야망이 종식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그러나 제재 조치가 북한을 막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김 정권은 자국민의 고통 속에서 생존할 수 있고 심지어 번영할 수 있는 통치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용 제품뿐 아니라 북한은 사이버 공격이나 해외 북한식당 운영 등을 통해서도 무기 개발 비용을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2017∼2023년 북한이 가상자산 관련 회사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벌여 탈취한 금액이 약 30억달러(약 4조원)로 추산된다고 집계했다. 미국의소리(VOA)는 같은 달 보도를 통해 북한이 중국에서 자국민을 종업원으로 둔 식당 50곳 이상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는 2019년까지 북한 노동자를 귀국시키도록 요구하는 2017년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수년간 대북 압박의 주요 동인이었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회원국 간 이견이 커지면서 2017년 12월 이후 북한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뉴욕 국제 위기 그룹의 연구 분석가 마야 웅가는 “유엔 제재가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근절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제재 체제가 완전히 실패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