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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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밀착 보는 중국의 복잡한 마음 [차이나우]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하고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는 등 밀착에 나섰지만 북·러와 모두 우방인 중국이 조용하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를 내심 못마땅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올해 수교 75주년을 맞은 북한과 중국의 사이에 미묘한 균열이 감지된다는 시각도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평양 도착 소식을 전하며 "최대의 국빈으로 열렬히 환영한다"고 보도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북·러 밀착에 원론적인 반응만 내놓는 中

 

중국은 연일 원론적인 반응만 내놓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19일 사실상 ‘자동 군사 개입’으로 평가되는 조항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서도 중국은 “두 국가 간의 일”이라며 여전히 말을 아꼈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러 조약에는 사실상의 자동 군사 개입이 포함됐고 북·러가 동맹 관계를 복원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는데, 중국은 새 조약이 한반도와 유라시아 평화·안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우리는 관련 보도에 주목했다”면서도 “이는 조·러(북·러)간의 양자 협력 사무로, 나는 논평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린 대변인은 다만 “한반도 문제에 관해 중국의 입장은 일관된다”며 “시종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동하는 것이 각 당사자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식해왔으며, 각 당사자가 이를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하기를 희망한다. 중국도 각 당사자와 함께 이를 위해 건설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 외교부 제공

린 대변인은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 후 러시아와 북한이 군사적으로 협력할 것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는데,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푸틴 대통령 입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라는 추가 질문에는 “러시아와 조선(북한)의 협력은 두 주권국가간의 일로 중국은 관련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어 “원칙적으로 중국은 반도 관련 문제에서 덮어놓고 제재와 압박만 하는 것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정치적 해결이 유일한 출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날 린 대변인은 새 북·러 조약 안에 포함된 ‘서로의 제도 선택·발전 권리와 핵심 이익을 침해하는 협정을 제3국과 체결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묻는 말이나 이번 조약으로 ‘한·미·일 대 북·러’의 구도가 형성됐는데 중국은 스스로의 위치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나는 논평하지 않겠다”는 답만 내놨다.

 

◆“양자 관계”라지만 中 속내 불편할수도

 

이처럼 중국은 북·러 관계에 대해 양자 관계라며 말을 아끼지만 서방 언론 등에서는 중국이 북·러 관계 강화를 못마땅해한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와 관영 매체들은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조약 등을 체결한 데 대해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건조하게 사실관계만 보도했다.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외교부는 한·중 외교안보대화 관련 보도자료를 한국보다 16시간 늦게 발표하면서 “조·러(러북)는 우호적 이웃으로 교류·협력과 관계 발전을 위한 정상적 필요가 있고, 관련 고위급 왕래는 두 주권 국가의 양자 일정”이라고 언급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러·북 관계 강화가 양국 모두에게 큰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고 짚었지만, 자국에 미칠 영향 분석은 내놓지 않았다.

 

영국 BBC방송은 “북·러 관계의 급속한 발전에 대한 중국의 불편한 속내를 보여주는 몇 가지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BBC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달 방중했던 푸틴 대통령이 일각의 관측과 달리 북한을 들르지 않고 곧장 귀국한 일을 꼽았다. 당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를 놓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곧바로 평양으로 가는 것을 싫어할까봐 그랬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중국 방문 직후 곧장 북한으로 향한다면 북·중·러 삼각 동맹 강화에 대한 서방의 우려를 키워 결과적으로 중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도 가져올 수 있음을 시 주석이 우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껄끄러워하는 것은 북·러 간 군사적 협력이 확대하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독점에 가까운 영향력이 약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전통적으로 중국과 우호 관계와 경제·무역 관계를 유지해 온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강화하면 중국의 영향력이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또 중국은 유엔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를 반복적으로 가로막았지만, 시 주석은 핵 개발에 대담한 김 위원장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BBC는 분석했다. 북한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 더 많은 미군 전함이 태평양 해역에 전개되게 되고, 동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가능성까지 커지기 때문인데, 이는 동북아에서 현상 유지를 추구하는 중국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로이터는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는 북한·러시아와 중국의 처지는 다르다고도 지적했다. 중국은 지난해 한·미·일 3개국의 주요 무역 상대였다는 것이다. 중국은 성장 둔화 속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도 필요한 상황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중국이 북·러와 보조를 맞추기로 하면 중국이 관계 재구축을 시도하고 있는 유럽과 관계가 다시 악화할 수 있고, 중국이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와 거리가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고도 짚었다.

 

차이나우는 ‘중국’(차이나·China)과 ‘지금’(나우·Now)을 합친 제목입니다. 현지에서 중국의 최신 소식을 생생하고 심도있게 전하겠습니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