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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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러 조약’ 후폭풍 계속…러 대사 초치·무기 지원, 대북전단 또 살포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해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각각 대응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대러 외교 실패에 대한 비판도 계속되는 가운데 역내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반발 수위 높인 韓, 무기 지원 재검토·대사 불러 항의

 

외교부는 21일 주한러시아대사를 초치해 북러 조약 체결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김홍균 1차관이 이날 중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대사를 서울 외교부 청사로 불러 북러 조약 체결 및 군사협력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간 대러 관계를 의식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던 정부는 이 카드마저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날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안보회의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미 우크라이나로 우리 무기를 내보내는 데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의 검토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기 얘기가 나오자 러시아는 즉각 발끈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살상 무기 공급에 대해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역사상 가장 가까운 관계가 되고 있는 모습은 그간 한국 정부의 대러 외교 실종을 비판해 온 일각의 지적을 생각하면 뼈아픈 지점이다.

 

미국과의 동맹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우회적 포탄 지원 등을 하지 않을 방법은 없었다 하더라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너무 관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 이런 결과를 맞았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북러 정상회담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관리되려는 양상이던 한러 관계는 현재 갈등 수위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북러가 동맹을 복원한 수준이 됐고, 표면적으로 한러 관계보다 북러 관계가 더 격상될 만큼 틀어졌음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향후 어떤 식의 수습이 가능할지 주목된다.

 

한국과 러시아는 각각 상대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대응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며 세게 나오는 모습이다. 당장 봉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21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방침 관련해 “러시아가 어떻게 행동하느냐, 러북간 협력이 강화되느냐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또 시작된 대북 전단-오물 풍선 대전?

 

민간에서는 ‘오물 풍선’ 사태 여파가 채 가시기 전에 또 다시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20일 늦은 밤 북한으로 재차 전단 30만장을 날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단체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자정 사이 경기도 파주에서 북쪽으로 전단과 이동식저장장치(USB), 1달러 지폐 등을 담은 대형 풍선 20개를 띄웠다.

 

전단에는 “삼천리금수강산, 8천만 민족의 유일한 조국 ‘대한민국’은 북조선 인민을 사랑합니다”는 글이 적혔고, USB에는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노래 등이 담겼다.

 

전단을 띄우려 할 때 파주시청 소속 지원들이 “신고를 받았다”며 현장에 나타났지만 직접적인 제지는 하지 않아 장소를 옮겨 전단을 보냈다고 단체는 설명했다.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와 함께 북한과도 우발적 충돌이나 오물 풍선 살포 재연 등 긴장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을 맞기 전에는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 등에 생각보다 낮은 반발을 하며 관리에 나섰다면, 푸틴 방북이 끝난 지금 다시 도발 행위가 시작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