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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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환자 뇌졸중·심근경색 많이 생기는 이유는?

위험 1.89배 높이는 유전적 변이 발견

당뇨병 환자가 일반인보다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많이 발생하는 유전적인 원인이 밝혀졌다. 당뇨병 발병 후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최대 1.89배 높일 수 있는 유전자 변이를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와 당뇨병‧심혈관질환 유전체 코호트 컨소시엄(CHARGE)은 성인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다인종 코호트에 등록된 성인 당뇨병 환자 4만9230명을 대상으로 최장 33년까지 장기추적하고,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GWAS·특정 형질 또는 질환과 관련된 유전자 변이를 유전체 전장에서 분석)으로 관련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뇨병 환자에서 심혈관질환 발생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에 대한 전장유전체연관성분석 결과. rs147138607(CACNA1E/ZNF648 유전자 부위), rs77142250(HS3ST1 유전자 부위), rs335407(TFB1M/NOX3 유전자 부위)’ 3가지 단일염기변이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됐으며, 일반인의 관상동맥질환 유전자변이 204개(빨간점)도 당뇨병 환자에게서 빈번하게 관찰됐다. 

2형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분비가 감소하거나 인슐린 작용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지는 질환이다. 국내 30대 이상 6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다. 이들은 일반인에 비해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3배가량 높고 심혈관질환 발병 연령도 빠르며 중증도도 심하다. 당뇨병의 주요 동반질환인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은 심혈관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인데, 실제로는 이런 동반질환 없이 당뇨병 자체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여전히 높고 그 원인은 명확히 알려진 바 없었다.

 

이번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는 5명 중 약 1명 꼴(18.3%)로 뇌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심혈관질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rs147138607(CACNA1E/ZNF648 유전자 부위), rs77142250(HS3ST1 유전자 부위), rs335407(TFB1M/NOX3 유전자 부위)’ 3가지 단일염기변이가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과 밀접하게 연관됐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 단일염기변이는 DNA 염기서열을 구성하는 하나의 염기가 다른 염기로 변이된 것으로, 발생 위치에 따라 근처에 있는 유전자 발현과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rs77142250 변이가 있으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1.89배 증가하고, rs147138607 및 rs335407 변이는 각각 1.23, 1.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관상동맥질환과 관련 있다고 규명된 유전자변이 204개가 당뇨병 환자에서도 빈번하게 관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즉 일반인에서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는 유전체 변이들이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유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 204개 변이의 조합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량화시킨 ‘다유전자점수(PGS)’가 1표준편차 높을수록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14%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유전자점수를 활용해 심혈관질환 발생을 독립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셈이다.

곽수헌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질환의 유전적 연관성을 분석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연구”라며 “특히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 유전체역학 코호트에 기반한 국제 공동연구를 선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당뇨병 관리(Diabetes Care)’ 최신호에 게재됐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