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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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 “아쉽지만, APEC 개최지 경주시에 축하”

담담한 지사와 달리 민간 추진위는 격앙
“평가 기준·결과 투명하게 공개해 의구심 해소해야”

오영훈 제주지사는 내년 국내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지로 경북 경주가 잠정 결정된 데 대해 21일 경주시에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오 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이펙 유치에 나섰던 제주로서는 매우 아쉬운 결과”라면서도 “개최지로 선정된 경주시에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21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에이펙 개최도시 유치 실패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도 제공

오 지사는 “에이펙 정상회의 유치 노력을 하는 과정에서 제주의 새로운 역량과 가치를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며 “135만 제주인의 열정을 한마음으로 응집했던 긍지와 자부심은 제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에이펙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애써주신 범도민추진위원회를 비롯한 도민 여러분과 제주에 성원을 보내 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또 “제주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에이펙 정상회의 성공 개최와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담담한 오 지사와 달리 에이펙 정상회의 제주유치 범도민 추진위원회는 격앙된 입장을 내놓았다.

 

추진위는 “외교부 평가에 따르면 국가 및 지역 발전에의 기여도, 문화·관광자원 등의 분야에서 경북 경주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으나 대규모 국제회의 인프라를 이미 충분하게 갖췄고 가장 다채롭고 독특한 자연·문화·관광 자원을 보유한 제주가 개최지로 선정되지 못한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선정위원회의 평가 기준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제주도민 사회의 의구심을 해소해 줘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추진위는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 도시는 유치 목적과 기본 계획의 우수성, 국제회의 및 도시 여건, 정상회의 운영 여건, 국가 및 지역 발전 기여도 등 4가지 선정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라며 “정부가 밝힌 선정 기준에 가장 부합하는 여건을 갖춘 도시는 바로, 제주”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우수한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국제회의·전시) 인프라, 유리한 경호 여건, 정상회담 개최 경험 등 기본적인 인프라가 가장 완비된 도시”라며 “정상회의 개최 도시 선정의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국제회의 및 도시 여건과 정상회의 운영 여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할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추진위는 ”선도적인 탄소중립 정책과 미래 혁신산업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선도하는 제주는 대통령도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역할을 약속했던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글로벌 의제에 힘을 모아나가며 국가 발전에도 가장 이바지할 수 있는 최적의 지역”이라며 “2025 에이펙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품격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최적의 도시는 제주임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에이펙 정상회의 제주유치 범도민 결의대회. 제주도 제공

◆제주 홀대론…20년 전 부산에 밀린 정치적 상황 재연?

 

민선8기 제주도정이 최역점 과제로 추진해 온 에이펙 정상회의 제주 유치가 실패하면서 20년 만의 재도전에도 고배를 마시며 윤석열 정부의 ‘제주 홀대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앞서 제주에 있던 재외동포재단이 재외동포청을 따라 수도권으로 간데다 관광청 신설과 제2공항 조속 추진 등 대선 공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2005 에이펙 정상회의 국내 개최를 앞둔 2004년 유치전에 나섰다가 부산에 밀린 경험이 있다. 당시 정치적 결정이란 논란이 이번에도 재연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2월 부산항만공사 출범식 때 부산을 방문해 ‘에이펙 지방 개최’라는 정부의 원칙을 발표하자 서울이 배제되고 제주와 부산 간 사활을 건 유치전이 불붙었다. 부산이 열린우리당 부산시지부 ‘에이펙부산유치실현위원회’ 출범으로 세몰이를 가속화하며 4·15 총선과 연계한 압박 작전을 노골화하자 제주도는 개최지 선정 과정에 정치적 의미나 상황 논리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