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초등학교 3학년인 10살된 딸을 데리고 아침 일찍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 김종인소아청소년과의원을 찾은 이경민(33)씨의 말이다.
김종인소아청소년과의원은 보건복지부 지정 달빛어린이병원이다.
과중한 업무와 의료사고 시비 스트레스 등으로 최근 한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모두 이탈하는 등 지역 소아 응급의료체계 붕괴 우려 속에서 달빛어린이병원이 어린이 가정에 건강의 빛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달빛어린이병원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진료한다. 토요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과 공휴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료한다. 대형병원 응급실 외에 소아청소년과의원의 평일 야간, 토·일·공휴일 소아경증환자에게 외래진료를 통해 신속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운영하고 있다. 야간에 무턱대고 대형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는 소아경증환자를 분산하고, 응급실 이용으로 인한 불편과 비용부담을 줄여줘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특히 의대증원 갈등으로 대형병원에 이은 동네의원 휴진 확산으로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환자 보호자들의 눈물과 원성이 나오는 가운데, 달빛어린이병원의 역할이 큰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1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진료현장을 찾았다.
◆야간에도 휴일에도 쉬지 않는 민간어린이병원 의료사각시간 해소
충남 천안시 서북구 쌍용동에 있는 이 병원은 아침 8시가 채 안된 시간에 문을 열었다. 아픈 아이들을 데리고 와 기다리고 있던 보호자들이 병원으로 들어가 진료접수를 하고 방문기록이 있는 보호자들은 키오스크(무인 정보 단말기)를 통해 진료를 예약했다.
정확히 8시 30분, 첫 진료가 시작됐다. 대부분 동네의원들의 9시 30분 진료시작과 다르다. 김종인 대표원장이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먼저 문진을 하고 꼼꼼히 진찰을 했다.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김 원장은 보호자들에게 진찰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고 약과 주사처방 등 치료법을 제시했다. 자녀, 손주와 동행한 엄마·아빠, 할머니·할아버지에게는 아픈 부위를 직접 확인시켜주는 등 한 명의 어린이환자를 진찰하고 보호자들과 상담하는 시간이 꽤 길었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뒤에는 달빛어린이병원과 운영시간을 함께하는 바로 옆 달빛어린이약국에서 신속하게 병원처방에 따른 약 조제가 이뤄졌다.
아침 이른 시간에는 엄마,할아버지·할머니의 손을 잡고 병원을 찾은 어린이들이 많았다. 야간진료를 시작한 오후 6시부터는 아빠·엄마 손을 잡고 병원을 찾는 어린이 환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맞벌이 부부인데 퇴근한 뒤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것이다. 금요일인 이날 밤 10시가 넘은 시간에도 많지는 않았지만, 다급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병원을 찾은 환자 가족들이 있었다.
◆베테랑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 아이들 지키겠다 사명감으로 협진
이 병원에는 모두 5명의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함께 진료하고 있다. 5명의 원장들은 모두 중·장년들이다. 빅5 병원 등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소아청소년과 베테랑 의사들이다.
이들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현상과 열악한 진료 환경으로 인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이탈 공백을 메꿔 보는데 일조하자는 뜻을 모아 달빛어린이병원 운영을 결정했다. 의사와 간호사 등 20여명의 병원인력은 이른 아침, 야간, 토·일·공휴일 달빛어린이병원 근무조를 편성해 번갈아하면서 진료한다. 진료실외에도 어린이독서실과 휴게실을 운영한다. 입원실을 두고 즉시 안정이 휴식이 필요한 환자는 병실로 옮겨 돌볼 수 있는 등 경증소아응급환자를 위한 의료진·장비·시설을 모두 갖췄다.
천안시에는 이곳 외에도 달빛어린이병원이 한 곳이 더 있다. 천안시 두정동 두정이진병원이다. 이곳에서는 7명의 의사가 협력해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천안시의 지난해 하반기(7∼12월)달빛어린이병원 야간, 토·일·공휴일 운영현황에 따르면 진료실적은 모두 5만 4887건이다. 천안시의 18세 이하 인구는 10만 2000명 가량으로 이용률이 달빛어린이병원 이용과 호응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다.
21일 밤 아파서 울며 보채는 아이를 안고 달빛어린이병원으로 달려 온 어린이환자 보호자 직장맘 A(37)씨는 “출근하기 전 어린이집에 보낼때부터 미열이 있어 걱정이 됐었는데, 퇴근하고 돌아와 보니 아이가 몸이 불덩이가 돼 끙끙 앓고 있었다”며 “야간병원과 약국에서 신속하게 친절하게 처치를 해 줘 정말 감사하다”고 울컥 눈물을 쏟았다.
천안시서북보건소 안하영 의약팀장은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의료환경조성을 위해 달빛어린이병원들과 적극적인 진료 및 행정협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응급실을 가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경증소아응급환자는 모두 달빛어린이병원에서 케어하는 민관협력 공공의료 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69)원장은 “‘아이들이 곧 우리사회의 미래다’는 생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이들을 잘 지키고 키워내는데 일조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진료에 임하고 있다”며 “환자를 돌볼 수 있는 신체기능이 저하되지 않는 한 진료현장에서 아이들을 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