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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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영, 타자 전향 3경기 만에 ‘솔로포’

3년 전 투수로 지명돼 키움 입단
제구 엉망에 부상… 마운드 포기
2024 시즌 1군 재입성… 잠재력 증명

프로야구 키움 장재영(22·사진)은 덕수고 재학 시절 시속 150㎞ 중반대의 직구로 이름을 드높였다. 1학년 때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의 신분 조회를 받았던 장재영은 2021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해 키움에 1차 지명됐다. 장재영의 계약금은 무려 9억원. 2006년 한기주(당시 KIA, 10억원)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신인 계약금이었다.

 

큰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입성했지만, 장재영의 공은 스트라이크존을 지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할 정도로 제구에 문제가 컸다. 데뷔 첫해인 2021년 19경기 17.2이닝 동안 볼넷이 무려 24개에 달했다. 지난해까지 프로 3년 동안 56경기 등판 103.1이닝을 던져 97개의 볼넷으로 고개를 숙였고, 올 시즌엔 1군에 단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러다 오른쪽 팔꿈치 인대가 70~80%가량 찢어졌고, 결국 장재영은 야수로 전향했다. 덕수고 시절 타자로도 괜찮았던 재능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생존을 위한 타자로의 전향, 이게 ‘신의 한 수’가 되는 모양새다. 퓨처스리그에서 지난 1일부터 타자로 등장한 장재영은 19경기에서 타율 0.232로 정확도에선 다소 아쉽지만 5홈런을 터뜨리며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과시했다.

 

타자로 전향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20일 1군 무대에 입성했다. 타자 데뷔전서 2타수 1안타 2볼넷 1득점으로 좋은 선구안과 타격 능력을 뽐낸 장재영은 22일 롯데전 첫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1군 입성 3경기, 아홉 번째 타석 만에 나온 KBO리그 데뷔 홈런포였다. 타구 속도는 무려 시속 178㎞로, 125m를 날아가 왼쪽 담장을 넘겼다. 150㎞를 훌쩍 넘기는 직구로도 꽃피우지 못했던 야구선수로서의 재능이 타자로 터지려는 모양새다.

 

장재영은 일찍 나온 홈런보다 볼넷에 더 기뻐했다. 22일 홈런포를 때려낸 다음 타석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윌커슨의 바깥쪽 슬라이더를 잘 참아 볼넷을 얻어냈다.

 

그는 “바깥쪽 유인구에 속지 않으려고 애썼는데, 5회 타석에서 그 유인구를 골랐다”면서 “나는 이제 타격 기술을 하나씩 배우고 있다. 바깥쪽 유인구 대처는 타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나도 홈런보다 5회 볼넷을 얻은 게 더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홈런도 치고, 볼넷도 고르고, 콘택트도 잘하는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