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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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노멀’ 된 이상기온… 엘니뇨 끝나도 절절 끓는 지구촌 [뉴스 투데이]

해수면 온도 정상에도 고온현상 1400건
사우디 하지 기간엔 1100명 이상 숨져
印 4만명 열사병… 美·유럽도 폭염 몸살

최근 세계 각국을 휩쓴 폭염이 더 이상 ‘이상기온’이 아니라 정상 기온의 기준선이 높아진 ‘일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지난주 더위의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지구 온도를 높이는 엘니뇨 기상 패턴이 소멸된 이후에 발생했다”면서 “이는 지구온난화가 어떻게 지구를 무서운 새로운 영역으로 몰아넣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과 비교해 0.5도 이상 높은 상태를 지속하는 현상이다.

초여름 폭염이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21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한 남성이 물줄기가 솟아나오는 분수에 누워 더위를 식히고 있다.
부쿠레슈티=AP연합뉴스

비영리 기후연구기관 클라이밋 센트럴의 앤드루 퍼싱 기후과학 담당 이사는 “정말로 눈에 띄는 점은 얼마나 많은 폭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느냐는 것”이라면서 지난주 아프리카, 중동, 남부 유럽 및 동남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에서 ‘예외적인’ 조건이 발견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지난주 전 세계적으로 1400건 넘는 이상고온 현상이 기록됐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의 기후 과학자인 마이클 워너는 “위험한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에게 닥쳤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바로 오늘 지구온난화로 인해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최근 성지순례(하지) 기간 폭염으로 11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CNN방송은 성지순례를 다녀온 이들의 증언을 토대로 현지에서 순례객들을 보호할 의료진이나 기본 시설, 물 등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전날 사우디 고위 관료는 이와 관련해 “국가가 (관리 책임에) 실패하지 않았지만 위험을 간과한 일부 사람들의 오판이 있었다”며 “극심한 폭염과 힘겨운 기상 조건에서 발생한 사태”라고 밝혔다.

 

올여름 이례적인 폭염이 강타한 인도에서는 지난 3월1일부터 6월18일까지 열사병 증세로 입원한 환자가 4만여명에 달하며, 사망자도 110여명으로 집계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20일 전했다. 지난 17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그리스에서는 40도가 넘는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며 최근 관광객 6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다.

미국과 유럽도 폭염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은 미국 전역에서 약 1500만명이 폭염경보, 9000만명이 폭염주의보의 영향을 받았다고 22일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지난 20일 병원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가 인구 10만명당 833명을 기록했다. 지난 17일(인구 10만명당 57명)과 비교하면 불과 며칠 새 크게 늘어난 것이다.

폭염이 덮친 몬테네그로, 보스니아,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해안지역에서는 전력과부하로 한때 대규모 정전까지 발생했다. 지난 21일 이 지역 기온이 섭씨 40도까지 치솟으면서 전력 소비가 급격히 증가한 데다 더위로 인한 과부하가 걸려 정전이 발생했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