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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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도 ‘고심’… 의료계 ‘무기한 휴진’ 동력 약화되나

서울의대 철회 이어 움직임 주목

서울의대 교수들 닷새 만에 중단
‘27일 예정’ 연세의대도 논의 계획
울산의대 등 타병원 영향 줄 듯

환자단체, 7월 4일 총궐기대회
집단휴진 철회·재발 방지 촉구

여야, ‘PA 제도화’ 간호법 발의에
의협 “특혜” 반발… 직능갈등 점화

서울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닷새 만에 중단하면서 연세의대와 울산의대가 예정대로 무기한 휴진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이들 의대마저 휴진을 철회할 경우 의료계의 휴진 동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단체는 집단휴진 철회를 촉구하는 총궐기대회를 예고하며 의료계를 압박했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의대·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27일부터 시작하기로 한 무기한 휴진을 강행할지 고심하고 있다. 앞서 서울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무기한 휴진에 나선 지 5일 만인 21일 휴진 중단을 선언했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서울시보라매병원, 서울대병원강남센터 등 4곳 교수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했다.

2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집단휴진 중단하라'라는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뉴시스

연세의대 비대위는 서울의대의 휴진 중단 배경 등을 파악한 뒤 내부 회의나 전체 교수 투표 등을 거쳐 무기한 휴진 강행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7일 무기한 휴진을 예고한 울산의대 비대위도 고민 중인데, 일주일 휴진한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던 만큼 연세의대 결정에 따라 대처 방향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의대의 휴진 철회는 아직 휴진을 결정하지 못한 가톨릭의대와 성균관의대 결정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의대 비대위는 25일 총회에서 휴진을 결정할 예정이고, 삼성서울병원이 속한 성균관의대 비대위도 25일 교수총회에서 휴진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의협이 출범한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는 22일 첫 회의를 열고 “연세의대 및 울산의대의 정해진 휴진계획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27일 의료계의 전면 휴진 가능성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 모습. 연합뉴스

이와는 별도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의대 교수들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헌법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교수들은 진료 공백을 메우며 과로에 시달렸지만 근로자가 아니어서 ‘주 52시간’ 등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은 “노동법 전문 로펌을 선임해 헌법소원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료공백이 4개월 넘게 이어지며 의료계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다음달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촉구 환자 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이들은 의료계의 무기한 휴진 철회를 촉구하고, 의사 집단행동 재발 방지를 위한 관련 제도와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집단휴진에 대한 신고를 17일 접수한 후 의협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간담회에서 의협과 함께 대전시의사회의 현장조사를 진행한 배경에 대해 “대전 지역은 사전 휴진 신고율이 4.3%였지만 실제 22.9%로 전국 주요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간호사(왼쪽)들과 한 의사가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간호법 제정을 두고는 의사와 간호사 간 갈등이 확산할 조짐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간호사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간호법)을 발의했는데, 의사 인력이 부족한 현실을 고려해 전문 간호사뿐 아니라 일반 간호사도 일정 요건 아래 진료지원(PA)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숙원이었던 간호법 발의에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에 불안한 국민에게 의료 정상화의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환영했지만, 의협은 “특정 직역의 권리와 이익만을 대변하는 간호사 특혜법”이라고 반발했다. 간호법 발의는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의 공백을 PA간호사로 메우고 있는 현 상황과 연관이 있다. 의료법상 간호사 업무로 규정되지 않은 일들을 시범사업 형태로 허용하면서 1만2700여명에 달하는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데, 이를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재영·조희연 기자, 세종=이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