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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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당정 동행해야” 원희룡 “당과 정이 한팀” 한동훈 “수평적 재정립” [與 당권경쟁 본격화]

당권주자들 당정관계 해법 제각각

羅 “조건없이 힘·마음 합쳐 고난 극복
대통령 끌어들이는 선거, 미숙한 정치”

元 “당정 한 팀 돼 국정 성공 이끌어야
尹에 민심·당심 전할 ‘레드팀’ 만들 것”

韓 “당, 정부 정책에 합리적 비판 못해
단호하게 민심의 길 견인할 역할 할 것”

윤상현 “羅·元·韓 대선 경선만 참여를”
羅 “불출마”… 元·韓, 출마 가능성 열어

‘당정동행’(나경원 의원), ‘수평적 재정립’(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팀’(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빅3’ 후보들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1시간 간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당권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모두 같은 날, 같은 장소를 선택했지만 이번 7·23 전당대회 최대 이슈인 ‘당정관계’에 대해선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놨다.

열띤 응원전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선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가나다 순) 지지자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 모여 응원전에 나섰다. 사진은 지지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나 의원. 이재문 기자

유력 1위 후보로 꼽히는 한 전 위원장은 이날 출마 일성으로 ‘당정관계 재정립’을 내세웠다. 그는 “지난 2년간 9번이나 집권여당의 리더가 바뀌었다. 그 배경이나 과정이 무리하다고 의문을 갖고 비판하는 국민이 많았다”면서 “당이 정부의 정책 방향 혹은 정무적 결정에 대해 합리적 비판이나 수정 제안을 해야 할 때 그럴 엄두조차 못 내는 상황들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당과 정이 민심과 다른 길을 가면 한쪽에서 견고하고 단호하게 민심의 길로 견인해야 한다”면서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 당이 정부와 충실히 협력하지만 꼭 필요할 땐 합리적인 견제와 비판, 수정 제안을 하는 것도 마다치 않겠다”고 밝혔다.

출마 선언을 위해 소통관으로 들어서는 원 전 장관 지지자들

친윤(친윤석열)계 대표 후보로 꼽히는 원 전 장관은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와 ‘원팀’을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면서 “당과 정이 한팀이 돼서 국정과제를 성공으로 이끄는 게 여당의 본분이고, 이런 방향으로 당정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정관계가 불안해서 싸우다가 내부에서부터 무너지는 불행한 결과가 올 수 있다는 국민 불안감부터 해소해야 국민 불만을 해소하는 당정단결과 국정의 성공적 수행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윤(비윤석열) 후보로 불리는 한 전 위원장을 우회 저격한 셈이다. 또 원 전 장관은 당심과 민심을 가감없이 전달할 ‘레드 팀(조직 내 잘못된 점을 공격하는 역할)’ 신설을 약속했다.

‘당정동행’을 강조한 나 의원은 당정관계에 대해 “조건 없이 힘과 마음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족함과 실수가 있다면 과감히 고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윤과 친윤 이미지 모두에 거리를 두는 중립적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대통령과 통화했다, 뭐했다 하면서 대통령을 자꾸 끌어들이는 선거는 당정동행보다는 이미 실패가 입증됐다고 할 수 있는 당정일체가 되거나 지나친 당정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는 건 굉장히 미숙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알리며 불화설을 진화하려던 한 전 위원장 측과 사실상 당정일체를 강조하고 있는 원 전 장관 측을 모두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번 전대 ‘4파전’ 후보 중 지난 21일 가장 먼저 출마 선언을 한 윤상현 의원은 이날 세 후보를 향한 견제구를 던졌다. 윤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나·한·원 세 후보를 향해 “홍준표, 오세훈, 안철수, 유승민과 함께 대선 경선에 참여하는 게 당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당 당헌·당규의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따라 2027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2025년 9월 이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잠재적 대권 주자인 세 후보가 아닌 자신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나 의원은 이날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은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전 비대위원장 지지자들

이번 전대는 당초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4자 구도로 판이 커지면서 비한(비한동훈) 주자들의 약진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건은 여전히 80%로 압도적인 당심 비율과 결선투표제다. 당내 기반이 취약한 한 전 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다면 ‘한동훈 대 반(反)한동훈’ 구도가 형성돼 반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유지혜·김병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