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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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서 술 마셔라?” 음주 혐의 벗은 김호중에 ‘국민 공분’…경찰 “검찰 결정 존중, 아쉽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정례 기자간담회
우 “법원 판단을 받아봤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

음주 뺑소니로 물의를 빚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음주운전을 시인했음에도 결국 혐의를 벗은 데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은 검찰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아쉬움을 내비쳤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4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검찰 결정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경찰에선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증거 자료를 통해 위드마크 적용해서 음주수치를 도출했는데 법원 판단을 받아봤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우 본부장은 이어 “본 사건을 통해서 이번처럼 음주운전법망을 빠져나가는 사법 방해행위를 처벌하기 위해서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음주운전 혐의가 빠진 것과 관련해 검찰이 경찰에 양해를 구했냐’는 질문에는 “양해할 사안인가”라고 되물으며 “사실관계 법률적 판단은 수사 기소 재판을 받으면서 바뀔 수 있다”고 답했다.

 

경찰의 위드마크 적용 수사에 대해선 “주변인들의 객관적 진술을 확보한 것, 객관적인 자료 수집한 것을 역산해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했고 이 정도면 법원 판단 받아봐야 하지 않겠냐 생각했다”고 말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지난달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와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 본부장은 ‘한국형 위드마크를 개발할 것인지’ 질문에 “입법적으로 해결할 게 있다. 사회적 공감대, 국회, 관련 부처 법무부가 있기 때문에 이제부터 논의해 보고 검토해야 하지 않겠나”고 답했다.

 

앞서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8일 김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만 적용하고 경찰이 송치 단계에서 포함했던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음주운전을 해도 (혐의) 적용이 안 되게 하는 방법을 널리 공개한 것과 마찬가지’, ‘술 먹고 운전하다 걸릴 것 같으면 무조건 도망가면 되겠다’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당초 경찰은 마신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활용해 사고 당시 김씨의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정지 수준인 0.031%로 추정하고 음주운전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반면에 검찰은 이런 역추산 결과만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고, 사고 당일 시간 간격을 두고 여러 차례에 걸쳐 술을 마신 점을 고려했을 때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특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경찰은 김씨 사례와 유사하게 사고 당시 음주 측정 결과가 없는 피고인들에게 위드마크 공식에 따라 추정된 혈중알코올농도를 유죄의 증거로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최근 잇따랐다는 점에서 기소 후 법원 판단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실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았다. 위드마크 공식이 재판 단계에서 인정된 사례가 소수에 그치고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 사건과 같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기소했다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난 대법원 판례까지 있기에 검찰 입장에서 부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사한 경찰이나 국민 대다수는 아쉽겠지만 검찰로서는 공소 유지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무리하게 기소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다만 김씨의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되면 음주운전 혐의가 빠져도 처벌 수위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 사례를 계기로 음주운전 처벌 관련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속칭 ‘김호중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2건이 22대 국회 개원 직후 발의됐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