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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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귀농인 농사지을 땅이 없다

3년 전 전남 담양군으로 귀농한 김모씨는 아직까지 농사지을 땅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가 귀농한 마을의 밭 가격은 3.3㎡(1평)당 40만원이 훌쩍 넘는다.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맹지도 20만원을 줘야 살 수 있다. 광주광역시 인근이라 수요가 많아 땅값은 매년 오르고 있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설명이다. 가족과 함께 귀농한 그는 농사로 소득을 올려야 생계가 가능하다. 때문에 대규모 전답이 필요하다. 적어도 3300㎡(1000평)을 사야 기본적인 농사가 가능하다. 최소한의 전답을 매입하는 데만 4억원이 든다.

“4억원이 있으면 누가 귀농합니까?” 김씨는 귀농하면서 실수한 게 땅값이라고 털어놨다. 귀농을 계획하면서 농지가 이렇게 비싸다는 것을 몰랐다. 3.3㎡당 3만∼4만원을 주면 구입할 줄 알았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

결국 그는 저렴한 농지를 알아보다가 포기하고 밭을 임대해 농사를 짓고 있다. 귀농하기 전 영농기술과 재배작물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하소연했다.

농촌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는 귀농인이 늘고 있다. 귀농인구는 매년 늘면서 2018년부터 50만 시대를 유지하고 있다. 인구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귀농 인구 유치에 나서고 있다. 경남 하동군은 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귀향인 특별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를 보면 출향인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면 귀향자금 등을 특별히 우대하는 정책을 담고 있다. 하동군이 이처럼 귀향인 특별우대에 나선 것은 최근 3년간 매년 1000명 이상이 귀농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자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귀농은 이제 지자체가 당면한 문제인 인구 감소를 푸는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정부 기관과 지자체의 귀농인을 유치하는 초점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귀농귀촌센터와 지자체의 귀농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이 귀농인들의 주택 구입과 영농 자금, 작물 재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이 정작 농사를 짓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농지에 대한 구입 지원 정책이 빠져 있다.

정부의 농지 매매와 임대 정책을 보면 청년창업농들을 우선 배려하고 있다. 지난해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을 통해 농지를 임대한 청년은 4000명이다. 신청자의 절반 이하만 농지를 임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반 귀농인들은 농지 임대가 거의 불가능하다. 한정된 임대 농지에서 청년농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일반 귀농인들은 자부담으로 농지를 매입하거나 임대를 해야 한다.

청년창업농들은 농지 부족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고 있다. 청년 귀농인의 꿈은 대농이다. 대규모로 농사를 지어 크게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농촌진흥청이 2020년 영농정착사업에 선정된 청년창업농 329명을 대상으로 한 정책 만족도 설문 조사 결과가 눈에 띈다. 농지 취득·임대 관련 소개 항목이 5점 만점에 2.42점으로 가장 낮았다.

귀농인이 농지를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다가 다시 역귀농하는 비율도 매년 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귀농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현묵 사회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