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민주당의 당대표직을 사임한다”며 사실상 당대표직 연임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는 “(당대표직에) 출마하지 않기로 확정했다면 (오늘)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8·18 전당대회에서의 연임 도전을 기정사실화했다.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대표직 연임은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를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제왕적 총재 시절에나 가능하던 일이 요즘 이 대표 체제에서는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 측근 등 친명(친이재명)계는 4·10 총선 승리 후 민주당을 포함해 192석의 거야(巨野)를 이끌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데, 이 대표 외에는 적임자가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는 데 당대표 지위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결과로 보인다. 지난 12일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으로 추가 기소된 이 대표가 한꺼번에 4개의 재판을 받게 돼 연임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해서는 이 대표가 막후 실력자로 물러나 있는 것보다는 전면에 나서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이 대표는 이미 연임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도 마무리했다. 당헌을 고쳐 ‘당대표 대선 1년 전 사퇴’ 원칙과 ‘부정부패 연루 당직자의 자동 직무정지’ 조항을 폐지한 것이다.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또대명(또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워낙 강하다. 이 대표 외에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주자도 보이지 않는다.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최고위원까지 친명 일색일 가능성이 높다. 전당대회 이후 ‘이재명 일극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이미 민주당에서는 지도부 공개회의 때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이라는 발언이 등장할 정도로 ‘사당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가뜩이나 민주당은 총선 이후 독불장군식 힘자랑에 취해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감사원 사무처 권한 제한법, 대통령 거부권 제한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 대표 수사를 이끈 주요 검사들에 대한 탄핵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 방탄을 위한 겁박이다. 모두 법질서를 흔드는 조치들이다. 국민이 의회 권력을 몰아줬으면 최대한 절제해 사용해야 한다. 사당화, 일극체제로 치닫는 민주당을 국민은 불편하고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사설] 대표 사퇴 후 “연임 도전” 李, 사당화 폐해 심화시킬 것
기사입력 2024-06-24 23:31:30
기사수정 2024-06-24 23: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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